‘인간의 문제’속에서 깨닫는 사랑…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트리 오브 라이프’ 10월 27일 개봉
입력 2011-10-24 18:13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는 주제나 방식 모두 스케일이 방대하고도 독특한 영화다.
1973년 ‘황무지’로 데뷔한 후 고작 4편의 장편만으로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테렌스 맬릭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생명의 탄생과 사멸, 증오와 사랑, 분노와 화해 등 인간에게는 영원한 숙제이자 의문투성이인 이런 주제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미국 텍사스 한 시골마을에서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과 그의 아내(제시카 차스테인)가 열아홉 살 둘째아들의 부고를 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중년의 건축가로 자라 대도시 거대한 빌딩 숲을 오가는 오브라이언의 장남 잭(숀 펜)이 부모, 남동생들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 기억의 편린을 끄집어낸다.
잭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늘 사랑으로 감싸는 자애롭고 인자한 성품. 하지만 아버지 오브라이언은 ‘강해야 살아 남는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경쟁을 부추기고 자식들을 다그치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인물이다. 잭은 아버지를 두려워하지만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아버지는 물론이고 아버지에게 수동적인 어머니에게도 점차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잭은 아버지에게서 조건 없는 사랑을 확인하면서 오해를 푼다.
영화는 잭의 시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하지만 잭의 가족사와는 동떨어진 듯한 이미지들도 수시로 등장한다. 초반 15분가량은 우주와 생명체의 탄생부터 공룡시대에 이르기까지 우주 생성의 흐름을 보여준다.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이질적이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장면들은 오브라이언 가족이 겪은 일들이 ‘생명의 역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 쫓겨 살다 당신을 잊어버렸습니다.” “당신께 우린 어떤 존재입니까?” “당신께선 알고 계셨나요?” “당신께 간절히 원합니다. 우리 기도를 들어주소서.”
영화 중간 중간 흘러나오는 이런 내레이션들은 우주와 생명을 창조한 초월적인 존재 앞에서 선 나약한 구도자의 간절한 기도인 듯하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과 슬픔을 신에게 토로하면서 치유의 방안을 묻고 있는 것 같다. 쉴 새 없이 흐르는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때론 잔잔한 음악도 영화를 경건한 분위기로 이끈다. 27일 개봉되며 상영시간은 137분, 15세 이상 관람가.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