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羅-朴, 마지막 맞짱토론도 난타전으로 끝났다

입력 2011-10-24 21:49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24일 마지막 ‘맞짱토론’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 격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두 후보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 초반부터 복지정책을 놓고 대립했다. 나 후보가 먼저 “무상급식에 반대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며 “자꾸 무상복지를 말하는데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빚더미 서울과 대한민국을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박 후보가 “이번 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이 아이들에게 밥 못 주겠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시작됐다”며 “나 후보 역시 공짜 복지는 안 된다고 하니 오 전 시장과 똑같은 문제에 닥칠 것”이라며 거세게 맞받아쳤다.

두 후보는 마지막 토론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상대 후보 공약 등에 대한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박 후보가 “나 후보의 맹모안심지교 프로젝트는 오세훈 전 시장의 민선 5기 사업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취약지역 학교에 2011년 8월까지 CCTV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8월은 이미 지나갔다”며 “오 전 시장 공약을 베끼다 생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나 후보는 “CCTV와 관련한 정책은 오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대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오 전 시장 정책 중에 잘된 것은 따르고 잘못된 것은 걸러야지 과거의 것을 모두 뒤엎겠다는 방식은 문제다”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이어 “박 후보 공약을 다 하려면 10조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며 “다른 시정은 어떻게 하려 하느냐”고 약점을 지적했다.

나 후보는 사상 검증으로 보일 수 있는 예민한 질문으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박 후보가 공동의장으로 있던 ‘희망과 대안’의 2009년 창립 행사 때 태극기와 애국가 없이 행사를 진행했다”며 “서울시장이 돼서도 그럴 것인가”고 물었다. 나 후보는 또 “시장이 되려면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대 법대 학력 논란과 은퇴선언 뒤 변호사 활동 등 제기된 의혹에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박 후보는 한숨을 내쉰 뒤 “어떻게 공직 후보자에게 공식 행사에 태극기를 걸 것인지를 물어볼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 후보가 선거 시작부터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네거티브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신경전도 격해졌다. 박 후보가 “아직도 지방세를 국세청에서 걷는다고 생각하나”며 지난 토론회에서 나 후보의 ‘실수’를 지적했다. 나 후보도 “박 후보 역시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하고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남겨두겠다고 했다가 최근 입장을 바꿨는데 이유가 뭔가”라고 격앙된 어조로 비꼬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박 후보 지원에 관해서도 언쟁이 오갔다. 나 후보가 “지원을 요청한 걸로 아는데 소통보다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이니 시민들이 믿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공격하자 박 후보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나 후보는 “매번 토론마다 박 후보가 내가 아닌 과거의 시장들과 싸우고 있다”며 “시민단체 활동 때문에 기존 정치인과 다를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이라고 했고, 박 후보 역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 토건 행정이 계속될 것이며 시의회와 마찰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