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불청객 건선… 잦은 목욕·때 밀기·인스턴트 식품 “NO”

입력 2011-10-24 17:51


희고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이 필수다. 그러나 낮이 밤보다 짧아지는 계절이 오면 부족한 햇빛이 아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건선 환자들이다. 대학생 이모(22)씨는 일조량이 본격적으로 부족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인 가을은 자신에게 단풍놀이의 계절이 아니라 그저 고통의 계절일 뿐이라고 말한다. 햇빛 속에 포함된 자외선의 특정 파장대가 건선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낮이 짧아져 자외선을 쬐는 시간도 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 건선의 날(29일)을 맞아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일조량도 적은 늦가을에 재발 또는 악화되기 쉬운 건선 예방 및 치료법을 알아본다.

◇한번 걸리면 재발 잦은 만성질환=건선은 우리나라 인구의 2∼4%가 앓는 피부질환이다. 크기가 다양한 붉은 발진이 생기는데 그 위에 은색의 각질이 겹겹이 쌓인다.

피부 세포는 약 28일을 주기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건선 피부는 세포 교체기간이 이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죽은 세포가 미처 떨어져나갈 새도 없이 쌓이게 마련. 이로 인해 피부는 두꺼워지고 붉은 발진을 일으켜 거칠어지고 보기에도 흉하게 변한다.

건선은 주로 팔꿈치, 무릎, 두피, 허리 부위에 많이 발생한다. 두피와 사타구니에 생긴 건선 외엔 아토피나 피부건조증과 달리 크게 가렵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는 “손톱에 생기기도 하는데 손톱이 거칠어지거나 우묵하게 패인 자국이 여러 군데 나타나면 건선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조한 환경, 외부 피부자극 피해야=건선의 발병 원인은 확실히 모른다.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보고가 많고, 차고 건조한 날씨와 일조량 부족, 스트레스 등이 건선 발병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따라서 낮이 짧은데다 기온이 내려가고 날씨마저 건조한 10∼11월부터 이듬해 3∼4월까지는 건선을 막기 위한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실내 난방은 20∼22도, 습도는 40∼60%를 유지하고 실내 공기도 자주 환기를 시켜주는 게 좋다. 잦은 목욕을 피하고 몸을 씻을 때 가능한 한 비누 사용을 줄여야 한다. 또 샤워 후엔 꼭 피부보습제를 발라준다.

피부에 자극을 가하는 일도 좋지 않다. 운동 중 다치거나 칼에 베이거나, 심하게 긁는 건 좋지 않다. 목욕 시 때 밀기도 피해야 한다.

신사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술, 담배는 물론 맵고 자극적인 음식과 인스턴트식품도 건선을 악화시키므로 삼가는 게 좋다”며 “평소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물을 충분히 섭취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햇빛 부족은 광선치료로 보충=건선은 날씨가 건조하고 일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고개를 드는 재발성 만성질환이므로 치료 시 효과가 우수하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크게 환부에 약을 바르는 국소요법, 광선을 쪼이는 광선치료, 약을 먹는 전신요법 등 3가지가 있는데 국내에선 필요에 따라 1∼2개를 더하거나 빼는 형식으로 이들을 적절히 조합해 치료하는 복합 칵테일요법을 많이 쓴다.

증세가 가벼울 때는 약을 바르거나 광선을 쪼이는 단독 치료만으로도 대부분 낫는다. 하지만 병이 심해지거나 바르는 약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을 때는 광선치료와 함께 약을 먹어야 하는 전신 칵테일요법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엑시머레이저를 환부에 쪼여 건선으로 두꺼워져 보기 흉한 각질을 제거하는 치료법도 많이 쓰인다.

임 원장은 “건선 치료에 쓰이는 약들은 대부분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의사 처방 없이 환자 마음대로 약을 구입하여 바르거나 복용해선 안 된다”며 “특히 스테로이드 계통의 연고들은 일시적으로 쉽게 증상을 가라앉히지만 혈관 확장, 피부 위축, 탈색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