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安, 朴캠프에 가 응원편지 전달… 표심 움직일까

입력 2011-10-24 22:02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4일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캠프를 방문해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거리유세 동참까지는 아니지만 기자회견이나 트위터를 통한 지지선언보다 훨씬 적극적인 지원방식을 택한 것이다.

안 원장은 오후 1시 안국동 선거 캠프 8층에 도착해 미리 엘리베이터 앞에 마중 나와 있던 박 후보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캠프 관계자들의 환호 속에 약 6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는 “너무 잘 오셨다”고 운을 뗐고 안 원장은 “너무 고생이 많다. 그래도 그런 과정 속에서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방문 2시간 전 박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캠프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과 편지 전달 등 지지방식도 안 원장이 스스로 정한 것이라는 게 박 후보 측 설명이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 직후 약 20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과 박선숙 의원, 박 후보 측 송호창, 우상호 공동대변인이 배석했다. 안 원장은 비공개 대화에서 “박 후보가 이겨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뿌리가 뽑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송 대변인은 전했다.

안 원장의 추가 선거지원은 없을 전망이다. 송 대변인은 “(추가 선거지원 여부는) 논의하지 않았다. 하실 만큼 다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단 30분에 불과했지만 박 후보 측은 안 원장 방문이 막판 표심 결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 대변인은 “오늘 방문이 안 원장으로서는 최고의 지지방식이고, (승세) 굳히기가 될 것”이라며 “부동층은 물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지지자들까지 빼내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박 후보에게 전달한 응원 편지는 이번 선거의 의미와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편지에서 “미국 흑인 인권운동에 큰 전환점이 된 흑인여성 ‘로자 파크스’처럼 우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 원장은 “로자 파크스는 후에 ‘내게는 여느 날과 똑같은 날이었지만 수많은 대중들의 참여가 그날의 의미를 바꿔놓았다’고 말했다”며 “선거 참여야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며,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5년 상원의원 시절부터 각종 연설에서 로자 파크스의 사례를 종종 인용했다. 때문에 안 원장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그를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또 “이번 시장선거는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과 강북의 대결이 아니고,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며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고 적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