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몰려 “박근혜 어딨노” ‘선거의 여왕’ 대구 흔들다
입력 2011-10-24 18:24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지지 표명을 하며 정치판에 뛰어든 24일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 전 대표는 비산동 북비산네거리 광장에서 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를 펼쳤다. 그가 오전 11시30분쯤 도착하자 함성이 우레처럼 터졌다. 유세장 근처에 모여 있던 500여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박근혜”를 연호했다. 4선의 박종근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한나라당이 서울시장도 안 되고 대구 구청장도 안 되면 어떡하느냐.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가 돼야 하지 않겠나”고 하자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광장 앞 왕복 6차선 차도는 사람과 자동차가 뒤엉켜 4차선으로 바뀌었고, 인근 건물 옥상과 창문에는 박 전 대표를 보려는 시민들로 빼곡했다. 수행 의원들과 함께 도보로 광장을 한 바퀴 돈 박 전 대표는 유세차량 위로 올라가 같은 당 강성호 서구청장 후보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은데 이렇게 또 선거를 치르게 돼 정말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입을 뗀 뒤 “지자체 힘만 갖고는 어려운 일을 중앙정부와 힘을 합쳐 이뤄야 하는데 그 역할을 가장 잘 할 후보가 강 후보다. 강 후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저도 옆에서 많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 사이 박 전 대표와 함께 대구에 온 홍사덕 의원과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군중 사이를 헤치고 다니며 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인파로 박 전 대표를 볼 수 없게 된 한 노인은 “박근혜가 어디 있노, 박근혜가 어디 있노”라고 애타게 외치며 발뒤꿈치를 세우기도 했다.
서구청장 보선에는 강 후보와 친박연합 신점식 후보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 홍준표 대표는 “대구 서구가 열세인데 조금 의외”라고 우려를 나타낼 정도다. 신 후보가 ‘친박’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당내에서는 “대구에도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대구를 방문하자 당은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지원 여부를 많이 고심한 걸로 아는데 결국 와주셨으니 몰표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승리를 자신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칠곡 군수,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까지 3개 시·군을 훑는 영남권 ‘싹쓸이’ 지원 유세를 했다.
한편 친박연합은 성명을 내고 “박 전 대표는 우리가 숭상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어 정치인이 됐다. 아무리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도 서구 주민은 인물론에서 뒤처지는 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는다”며 박풍(朴風) 차단을 시도했다. 그러나 불과 1시간 전 “박근혜” 연호가 터져 나왔던 광장에서 연설에 나선 신 후보의 유세차량 앞에는 50명 남짓만 지지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구=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