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공동체 희망을 쏜다-(1부) 마을 기업, 희망의 공동체] ⑤ 경북 영주시 ‘순흥초군농악대’
입력 2011-10-24 21:45
“이 나이에 봉급 받으니 우리집 할멈이 더 좋아해요”
“이 나이에 한달 봉급 70만원을 받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저도 좋지만 집에 있는 할멈이 더 기뻐해요.” 21일 오후 경북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선비촌 내 10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짚풀 공예품을 만드느라 분주한 정창순(72) 할아버지의 손길에는 활력이 넘쳤다.
농악부문 기능보유자이기도 한 정 할아버지는 마을기업 ‘순흥초군농악대’의 상근 직원으로 한 달에 20일 정도 근무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짚풀 공예품을 만들다가 점심시간이면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뒤 오후 6시쯤 퇴근하는 게 하루 일과다.
하지만 주말이나 휴일,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는 농악대 일원으로 참가해 직접 꽹과리도 치는 등 1인 2역을 소화해낸다. 예전 같으면 마을농악대에서 가끔 열리는 공연이나 행사에 참석해 풍물패를 이끌던 게 고작이었지만 이젠 어엿한 봉급쟁이다. 꼬박꼬박 출근한 이후부터는 건강도 훨씬 좋아졌다.
정 할아버지와 함께 근무하는 나머지 8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정 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 전원이 하루하루를 신바람 나게 일한다.
마을기업 ‘순흥초군농악대’(대표 손택종·67)는 경북도내 26개 마을기업 가운데 경쟁력으로 따지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내실 있는 기업이다.
‘순흥초군농악대’ 대원은 33명에 이른다. 하지만 정 할아버지처럼 상시 출근하는 직원은 할아버지 6명, 할머니 3명으로 모두 9명이다. 대부분 70세 전후로 인근 동네에 거주하는 이들은 짚풀 공예와 목각 공예 작업, 떡메 체험과 인절미 판매, 소달구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근 직원들은 사물놀이 등 풍물패 공연에도 참여하지만 짚과 나무를 이용해 공예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자들로 한달 평균 70만원 정도의 봉급을 받는 당당한 직장인이다. 20여명의 다른 회원들은 단체관광객들을 위한 공연이나 대규모 풍물놀이 체험 등에 참여해 일정액의 수당을 받는다.
마을농악대 회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순흥초군농악대’는 지난 3월 경북도가 공모한 마을기업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 농악대는 2008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 경북 대표로 출전할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춘 어르신들로 조직됐다. 자연스레 선비촌 전통 민속공예품 제작 및 판매와 운영 활성화가 사업의 주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농악대는 경북도와 영주시의 보조금 5000만원과 농악대 자비 2000만원을 보태 7000만원의 창업자금으로 출발했다. 이 자금으로 ‘소달구지 체험용’ 소와 달구지를 구입하고 선비촌 내 작업장도 마련했다. 농악대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보급하고 영주의 대표적 관광지인 선비촌과 협력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및 민속 공예품을 제작해 판매하자는 게 취지였다.
이들의 사업은 소달구지 및 떡메 체험과 인절미 판매, 짚풀 공예품과 목 공예품 제작 및 판매, 농악 공연 및 체험 등이다. 특히 소달구지 체험은 대도시 어린이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다.
출범한 이후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어른신들이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손택종 대표가 전반적인 관리를 맡고 있다. 평일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선비촌을 찾는 수천명의 관람객들은 농악대에겐 더 없이 고맙고 힘이 되는 존재다. 농악대 박백수(58) 총무는 “이색 체험을 하려는 고객들이 평일에는 2000여명, 주말이나 휴일엔 3000∼4000명씩 들러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사업 활성화에 힘입어 농악대는 지난 6개월 동안 4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600여만원의 사회환원사업기금까지 적립하는 성과를 거뒀다. 개당 5000원에서 3만원 정도의 공예품과 한 팩에 3000원짜리 인절미를 판매하고 어린이 1인당 3000원씩 받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 치고는 꽤 많은 금액이다.
박 총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나서서 일해 벌어들인 값진 돈”이라며 “대부분 연로하신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내년 2월까지 1억원 정도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