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에 춤추는 ‘중학 역사교과서’… 유일한 합법정부→‘유일한’ 삭제, ‘독재’ 표현 추가

입력 2011-10-24 21:58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24일 산하 ‘역사교과서집필기준개발위원회’가 ‘자유민주주의’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으로 수정한 안을 검토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최종안은 교과부 산하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역추위)’ 전체회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 그러나 보수 진영 일각에서 집필기준위원회의 용어 사용에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국편 집필기준위원회가 마련한 최종안에는 논란을 빚었던 ‘자유민주주의’가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대체되고 원안에 없던 ‘독재’라는 표현도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는 부분에서 ‘유일한’이라는 표현은 삭제됐다.

국편이 집필기준위원회의 최종안을 교과부에 제출함에 따라 이르면 26일 역추위 전체회의가 개최돼 최종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역추위 자문과정에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받았다’는 문구에서 ‘유일한’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것에 대해 보수 진영 일부에서 “북한도 합법 정부라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고수하고 있다. 교과부가 고시한 교육과정에도 ‘자유민주주의’라고 못 박고 있어 회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당초 국편이 예정보다 늦게 최종안을 제출한 것도 국편 내부에서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편이 집필기준을 만들면서 여러 의견을 반영하느라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 자문 결과가 미뤄지면 이달 말로 예정된 교과부의 집필기준 확정도 연기된다. 집필기준은 역추위의 자문을 거쳐 교과부 장관이 최종 확정하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집필기준을 이달 말까지 만들기로 했지만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며 “출판업체들은 8월 고시된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란은 지난 8월 교과부가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해 고시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국편이 교과부 고시에 따라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들면서 다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독재’라는 표현도 누락시키자 역사학계의 반발이 거셌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하고 ‘독재’라는 표현도 복귀시켰지만 국편이 오락가락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