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아랍의 봄… ‘열매’는 이슬람 세력의 몫?
입력 2011-10-25 00:15
튀니지와 리비아 등 아랍혁명을 쟁취한 나라들에서 이슬람 세력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들 국가의 민주화를 지지해온 미국 등 서방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다만 이 국가들이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근본주의 이슬람 국가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만만찮아 향후 새 정부 구성 과정이 지대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는 이슬람 국가다”=여러 미국 언론은 23일(현지시간) 리비아의 해방 선언 소식을 근심스럽게 전했다. 선언이 ‘이슬람 톤’이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돈을 들여) 리비아에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가져다줬다”고 평했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이슬람 국가”라고 천명했다. 이자 철폐, 일부다처제 적극 허용 등 구체적 사항을 약속했다. 이슬람 율법에서는 이자를 금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리비아에선 둘째 부인을 얻으려면 첫째 부인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잘릴의 연설은 군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날 역사적인 첫 자유선거를 치른 튀니지에서도 이슬람 정당이 강세를 보였다. ‘부흥’이라는 뜻의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는 국회의원 217명을 뽑는 총선에서 최다 득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부터 총선을 치르는 이집트에선 무슬림형제단이 창설한 자유정의당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아랍의 봄’ 주역인 인접한 세 나라 모두에서 이슬람 정당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적인 이슬람 국가 지향”=문제는 세 나라에서 새로 등장한 이슬람 정치세력이 서방에 위협이 되느냐다. 각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튀니지 엔나흐다 지도자인 라체드 간누치는 그동안 “터키를 모델로 삼겠다”고 밝혀왔다. 민주적이면서 번영하는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간누치는 “우리는 탈레반이나 사우디와 같은 모델을 지향하는 게 아니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이슬람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의 잘릴 위원장은 서방의 우려를 의식한 듯 24일 기자회견에선 “우리는 ‘온건한’ 이슬람 국가”라고 말했다. NTC 관계자들은 그의 전날 발언이 군대 내 이슬람 세력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다처제 적극 허용은 내전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도 급진주의 이슬람 정당인 ‘살라피스트’와 거리를 두고 있다. 국민들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분석기사에서 세속적 국가체제를 받아들이는 이슬람 세력을 ‘포스트 이슬람주의자’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슬람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서구 민주주의 장점을 받아들이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일부 여론과 이스라엘은 경계의 시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튀니지 정당 엔나흐다를 두고 “양의 옷을 입은 늑대”라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온건한 척하지만 이슬람사원으로 들어가면 급진적으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