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골프

입력 2011-10-24 13:08

성경과 골프 101호: 짧아도 바른 길(Fairway)

“네 눈은 바로 보며 네 눈꺼풀은 네 앞을 곧게 살펴

네 발이 행할 길을 평탄하게 하며 네 모든 길을 든든히 하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 4:25-27)

나는 구력 20여년에 약 1500회의 라운드를 하였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평균 6회의 라운드를 하였으니 골프 애호가임이 틀림없었으나 최근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골프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비쌀 정도로 인상되었고, 모든 골프장에서 골프카(버기)를 타야 되는 현실에 운동으로서의 매력도 줄어 골프를 자제하게 되었다.

그러나 골프가 몹시 그리워질 때면, 금단 현상을 없애기 위해 일년에 한두 차례 비용이 1/3로 저렴한 동남아 골프장으로 저가 골프여행을 떠나는데 특히 말레이시아 말라카 부근의 에이파모사 리조트를 즐겨 찾는다. 그 나라의 10대 명문에 속한다는 그 골프장에서 금년에만 20차례의 라운드를 했지만, 언제나 신선한 라운드 맛이 나는 매력이 있어 만족 지수가 아주 높다.

팜(Palm)코스 8번홀은 500m의 파 5홀이다. 그린 전방 130m에 조그만 러프 둔덕이 있으며 페어웨이의 폭이 좁고, 양쪽의 러프를 길게 해 놓았기에 쉽지 않은 코스이다. 티샷은 크게 무리가 없지만, 세컨드 샷에 충분히 거리 확보를 해 놓지 않으면 파를 잡기가 쉽지 않은 홀이기 때문에 동행했던 후배들은 이 홀의 세컷드 샷을 우드나 유틸리티 클럽으로 공격하다 숱하게 러프에 빠뜨리고 허물어졌었다.

나는 한두 번 이 홀에서 플레이하고는 근본적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아예 세컨드 샷이 러프 둔덕에 이르지 못하게 미들 아이언으로 공략했고, 140m 전후의 비교적 평탄한 페어웨이에서 서드 샷을 하였는데, 그렇게 하자 설사 그린을 놓치더라도 쉽게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쉬운 홀로 변한 것이었다.

초급자들은 파 5홀의 세컨드 샷에서 흥망성쇠가 갈린다. 거리 확보를 위해 경사진 곳이나 라이가 좋지 않은 곳에서도 우드나 유틸리티 또는 롱 아이언을 휘두르다 보면 토핑을 하기 쉽다. 그리고 그 거리를 만회하려다 또 실수를 연발하여, 연속되는 미스 샷에 기진맥진 그린에 올라 오기도 한다. 물론 공격적인 골프가 치는 맛이 난다고 고집하는 골퍼도 많지만, 18홀 홀아웃을 한 다음에는 언제나 스코어가 행복 순으로 바뀌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절제의 미덕으로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없다. 30야드를 더 보내려다가 방향이 틀어지면 아까운 타수의 낭비가 생기며 경기의 흐름이 크게 망가지므로, 거리 보다는 방향에 집중하여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샷을 지속적으로 하길 권한다. 파 5홀의 세컨드 샷이나, 파 4홀에서 그린까지 멀게 남았을 때 그리고 볼의 라이가 좋지 않거나, 페어웨이를 꼭 지키고자 미들 아이언을 잡는 골퍼들은 대체로 아주 안정적인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

거리와 방향, 토끼 두 마리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면, 우선 짧아도 바른 길 즉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현명한 아마추어 골퍼의 선택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