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눈으로 ‘사회복지·비정규직’ 다시 보자

입력 2011-10-23 19:17


NCCK ‘복지 목회의 과제’ 세미나 - 영등포산업선교회 비정규직 토론회

“사회복지를 단순히 복음전파의 도구로만 사용해선 안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권은 성경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최근 세미나를 열고 한국교회가 재인식해야 할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교회가 사회복지를 위해 먼저 안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봉사의 본질과 전문성 붙잡아야=서울 가양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인 임성규 목사는 지난 20일 NCCK 주최 ‘지역 공동체의 복지와 문화목회의 과제’ 세미나에서 “한국교회가 교세확장이나 시혜차원에서 사회복지를 다룰 게 아니라 교회의 본질로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목사는 “1990년대 이후 사회복지에 대한 급격한 수요 때문에 한국교회는 사회복지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많은 교단과 교회가 사회복지에 뛰어들고 있는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나누는 단순 구제나 복음전파를 위한 전도의 수단만으로 여긴 나머지 오히려 복지 현장의 황폐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복지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돌보기 위해선 전문성과 특성화를 통해 인간 심성을 다뤄 삶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주력한다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섬김과 나눔의 복지로 접근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절차를 동원해 복지문제에 접근하다 보니 시설 인사권 전횡과 국고보조금 전용, 인권문제, 세습, 비민주적 절차 등의 불미스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지역사회와 결합된 사회복지가 되기 위해선 전문성과 안정성, 공공성확보, 특성화로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정규직, 일용할 양식 개념에서 봐야=대다수 한국교회가 침묵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도 거론됐다. 강원돈 한신대 사회윤리학 교수는 지난 20일 영등포산업선교회 비정규노동선교센터 개원 토론회에서 비정규직 1000만명 시대 교회가 경쟁의 논리를 답습하기보다 ‘일용할 양식’이라는 기본권 보호의 가치를 설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교수는 “마태복음 20장에 나온 포도원 주인 비유는 업적에 따른 정확한 분배를 뒤엎는 하나님의 기이한 정의를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다”면서 “포도원 품팔이들이 일한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동일한 품삯을 받았던 것은 하나님의 의가 노동의 업적과 무관하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재화를 나눠주는 데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데나리온은 일꾼이 가족을 하루 동안 부양하는 데 필요한 돈이며, 주기도문이 말하는 ‘일용할 양식’을 의미한다”면서 “성경 속 하나님의 정의는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구원·해방 행위, 약자 배려의 정신에 있으며, 이것은 예수님의 정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정규직 노동자 1000만명의 한국현실에서 하나님의 정의는 일용할 양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전제 없이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교회도 노동을 차별하지 않고 어떤 형태의 노동 계약이든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며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약자보호의 가치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