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미국의 이라크戰 득실

입력 2011-10-23 18:59

이라크 전쟁은 미국에 많은 것을 남겨줬다.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특별성명을 통해 올 연말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최종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등 미국 내 보수층이 강력히 반대하고, 이라크 정부가 치안 안정을 이유로 1년 더 연장 주둔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당초 철군 일정대로 강행키로 못을 박은 것이다.

내년부터는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을 보호하는 최소 병력만 남게 된다.

미국에 있어 이라크 전쟁은 명암(明暗)이 있다. 우선 이라크 전쟁은 미국에 군사기술, 특히 ‘무인(無人) 전쟁’ 기술의 진보를 선사했다. 무인 공습기와 IED(급조폭발물) 해체 로봇은 이라크전부터 새로 활용되기 시작한 군사기술이다. 무인 공습기는 이제 미국의 대테러전 수행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전략 무기다.

무인 공습기가 목표를 정하고 목표물에 대한 최종 타격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구 반대편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소관이다. 이라크나 아프간 현지에서 미사일을 장착해 무인 공습기를 띄우면 CIA 상황실에서 화면으로 목표물을 확인하고 최종 발사 단추를 누른다. 마치 비디오 전투 게임과 같다. 무인 공습기는 앞으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무기로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IED 해체 로봇은 로봇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향후 전쟁은 로봇이 담당하는 무인 전쟁이 될 거라는 점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신기술은 세계 전략의 주요 축이자 산업의 근간이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천문학적인 전비(戰費)는 미국 경제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보수층의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이라크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던 전역 장병의 실업 문제도 크다. 이들의 실업률은 미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평균 실업률 9.1%를 감안하면, 전역 병사 10명 중 2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또 전쟁 중 불구가 됐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전역 장병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이 미국에 가져다준, 또 가져다줄 이익은 막대하다는 평가다.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군수산업이 찾을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