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2589억원 손실 위기… 부실 우려 알고도 금호생명 주식 고가 매입
입력 2011-10-23 18:59
산업은행이 2009년 말 추가 부실 우려를 알고도 금호생명(현 KDB생명) 주식을 고가로 인수해 최대 2589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위험에 처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정부 지원을 제외할 경우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지방은행보다 낮은 ‘D등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을 대상으로 ‘정책금융제도 개편 및 운용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2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09년 12월 금호생명 인수과정에서 당초 제시된 부실자산 578억원 외에 1836억원 규모의 추가 부실자산이 발생할 수 있어 주당 순자산가치가 -152원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1주당 5000원에 주식을 인수했다. 기업 인수의 필수 절차인 회계법인 재무실사도 거치지 않았고 사외이사들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금호생명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3월말 순자산 가치 기준으로 최대 2589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에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산업은행 임원의 비위 행위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산업은행이 정부가 2008년 1월 민영화 방침을 밝힌 이후 현재까지 세부 추진방안도 마련하지 않는데다 정부 지원을 배제할 경우 재무건전성 등급이 지방은행보다 낮은 ‘D등급’에 불과해 민영화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6월말 기준 1.6%로 5개 시중은행 평균(2.4%)보다 낮고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할 예대율(은행의 총 대출액을 총예금잔고로 나눈 비율)은 2009년 12월 현재 425%로 현격히 높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