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내리는데… 한국, 48일째 상승 기현상 왜?
입력 2011-10-23 23:23
전국 주유소 평균 기름값이 48일 연속 오르며 ℓ당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는데도 기름값은 줄곧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2일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1.46원 오른 1989.45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5일 이후 48일 연속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 경신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1780.32원으로 47일째 올랐다. 서울 지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2066.64원으로 17일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이 참조하는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에서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지난 8월 1일 배럴당 126.61달러에서 9월 22일 120.01달러로 5.5% 하락했다.
이런 불일치는 일차적으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 인상 때문이다. 지난주 보통휘발유 공급가격(세전)은 전주보다 ℓ당 6.32원 오른 979.07원으로 4주 연속 상승하며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 때문?=정유사들은 주유소 공급가격 인상 원인으로 국제 유가와 환율을 탓한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보통 3~4주 전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에 결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8.9% 올라 국제 유가 하락분은 상쇄되고 기름값 인상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기간 국제 유가와 환율은 등락을 거듭했는데도 주유소 가격은 48일간 쉬지 않고 오른 건 납득하기 힘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와 환율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며 “국내 유통 구조와 각 단계의 마진 등 다양한 변수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업계 폭리?=정유사와 주유소가 국제 유가보다 국내 기름값을 대폭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8월 1일 배럴당 113.21달러에서 9월 22일 104.38달러로 8.5%나 떨어졌다. 그런데도 보통휘발유 판매에 따른 주유소 마진은 9월 첫 주 ℓ당 116.1원에서 지난주 75.7원으로 34.7% 감소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제 값도 못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 유가가 떨어져도 정유사와 주유소 모두 앓는 소리만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왜 가격 오르는지 몰라=정부도 주유소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속 시원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올 초 기름값 변동 원인을 찾겠다며 ‘석유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80여일간 연구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최근에는 폭리 구조를 살피겠다며 기름값이 유난히 비싼 주유소 180여곳의 장부를 들여다봤지만 이렇다 할 조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제 유가와 환율에 관계없이 국내 기름값이 끊임없이 오르는 이유를 알 길이 없는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