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철수 조건’ 다국적기업-국내업체 짬짜미
입력 2011-10-23 18:51
복제약 철수를 조건으로 각종 이익을 공유한 세계 4위 다국적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국내 제1의 제약사 동아제약이 50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두 제약사의 담합으로 저렴한 복제약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환자들의 약값 부담은 가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항구토제인 신약 ‘조프란’의 특허권을 가진 GSK가 복제약 제조사인 동아제약과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GSK에 30억4900만원, 동아제약에 21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조프란은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치료나 수술 후에 발생하는 구역·구토의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되는 약품이다.
신약 특허권자인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제약사와 부당한 합의를 통해 복제약 출시를 막고 경쟁을 제한한 ‘역지불합의’를 공정위가 제재한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1998년 조프란과 다른 제조법을 이용한 복제약 ‘온다론’을 개발해 조프란의 76% 정도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다. 다음해 10월 GSK는 동아제약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 두 제약사 간 특허권 소송이 시작됐다. 그런데 1년도 채 안 지난 2000년 4월 두 회사 간 특허 소송은 취하됐다. 동아제약은 복제약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시키고 향후 항구토제 및 항바이러스제 시장에서 GSK와 경쟁할 수 있는 어떤 제품도 개발·제조·판매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신 GSK는 동아제약에 자사가 개발하는 신약 판매권을 주고, 일부 관련 신약제품의 경우 매출액의 25%를 인센티브로 제공키로 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이 합의를 지금까지 유지·실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GSK가 특허기간이 만료된 2005년 1월 이후에도 복제약 진입을 제한해 왔다”면서 “게다가 이 제품과 무관한 약품까지 개발·판매하지 못하게 한 것은 특허권 부당행사”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담합으로 값싼 복제약이 퇴출되면서 소비자들이 비싼 신약만 구입해야 하는 피해를 입었고, 전체적인 시장의 평균 약값이 상승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복제약 퇴출은 환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약 선택권을 박탈당해 약값 부담을 지게 되고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시키는 행위인 만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