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불안해서 베이비시터에 맡길려니… 못 미덥긴 마찬가지 ‘속타는 워킹맘’
입력 2011-10-23 18:20
지난 7월 첫아이를 출산하고 최근 복직한 회사원 김민지(30)씨는 지난달부터 10명 넘게 베이비시터 면접을 봤지만 아직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김씨는 23일 “월 100만원에 달하는 베이비시터 비용이 부담되지만 어린이집보다는 마음이 놓일 것 같다”며 “한 달 가까이 찾고 있는데 아직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교사들의 원생 폭행 의혹 등으로 어린이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워킹맘’이 늘고 있다. 네이버의 한 육아카페 게시판에는 베이비시터 구인 글이 하루 10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처럼 마음에 쏙 드는 시터를 구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어렵게 구한 뒤에도 시터와 불화를 겪는 사례가 많다. 6개월 전 시터를 고용한 임모(31·여)씨는 “처음엔 아기를 워낙 좋아해서 일한다던 아주머니가 두 달 만에 ‘60만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해 맘고생이 심했다”며 “양육자가 바뀌면 아기한테 안 좋을 것 같아 결국 올려줬다”고 말했다. 김모(29·여)씨는 “아기가 계속 보채는데도 시터가 ‘애 버릇 나빠진다’며 도통 달래주지 않아 결국 한 달 만에 바꿨다”고 털어놨다.
시터를 고용하는 것만으로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 CCTV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시터 알선 업체를 찾는 엄마들도 있다. 서울 신림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1·여)씨는 “뉴스에서 아기 학대 소식을 접하고 나서 주위에 수소문해 CCTV를 달아주는 업체를 찾아냈다”며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서로 알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고 가게에서 스마트폰으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안심된다”고 말했다.
시터 비용은 출퇴근할 경우 월 80만∼100만원, 입주형은 150만∼200만원 수준이다. 맞벌이 부부에게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보니 시터를 공유하려는 엄마들도 있다. 세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서울 화곡동의 주부 진모(33)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유치원에 갈 때까지 시터에게 맡길 생각인데, 경제적 부담이 커서 시터를 함께 쓸 또래 부모를 찾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육시설을 늘림과 동시에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보육의 질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 단위로 운영되는 경로당처럼 지자체에서 영·유아 탁아소를 운영하는 방안과 40∼50대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