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서울 수표교교회] 예배를 포럼으로… 성도들 한국교회의 내일을 고민하다
입력 2011-10-23 18:17
한국교회 126년의 역사는 부흥의 역사였다. 세계 10대 교회 가운데 5개가 한국에 있다. 기독교는 근대화의 못자리였다.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했고 인재를 키우며 생명을 살렸다. 초기교회 신앙 선배들은 의료, 사회복지, 해외봉사, 교육 등 사회발전에 공헌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교회는 정체되고 초기보다 더 많이 의료, 사회복지, 해외봉사, 교육 등에 헌신하는데도 안티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종교개혁주일을 한주 앞둔 23일 ‘한국교회의 쇄신과 성숙’ 포럼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수표교교회를 찾았다.
수표교교회는 이날 오후 2시 예배를 포럼장으로 개방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수표교 포럼에서는 목회사회학자인 이원규(감신대) 교수와 조성돈(실천신대) 교수가 발표를 맡았고 사회학자인 김경동(카이스트)초빙교수와 이재열(서울대) 교수의 논찬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성장이후 한국교회의 비전’이란 발표에서 “60∼90년대까지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비결은 교회가 ‘번영의 복음’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복을 강조함으로 한국교회가 부흥했으나 소득이 높아진 90년대부터는 ‘번영의 복음’과 그 의미를 잃게 됐다”며 “경제와 복지 수준의 향상이 종교적 쇠퇴를 초래한 선진 국가의 ‘세속화 현상’이 국내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정체된 이유는 사회적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한국교회는 물신주의를 극복하고 영성을 회복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목회자들, 특히 대형교회 지도자들에게 성공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는 ‘비움의 영성’과 이웃을 섬기는 ‘나눔의 영성’, 의롭게 살 것을 강조하는 ‘바름의 영성’을 제시했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성장에 따른 책임의식의 부재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김 교수는 “아직도 한국교회는 몸집만 큰 어린아이같이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기려고만 한다”며 “한국교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사회 공공의 영역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숙한 교회란 성경이 이야기하는 사랑, 정의, 평화를 이 땅에 구현하는 것”이라며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활력목회에서 벗어나 지식과 감정, 행동이 균형을 이룬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찬에 나선 김경동 교수는 이들의 발표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상에 대해 제시했다. 김 교수는 “세속화 속에 종교의 위상이 줄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세계 수준에서 개인의 영적인 삶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세속화의 물결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앞장서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며 “영성 회복과 함께 대사회 봉사활동 등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열 교수는 논찬에서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한 대책과 관련, “‘제도화된 성숙한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며 “102년의 전통을 가진 수표교교회가 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표교교회나 종교교회, 정동감리교회는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목회리더십의 세대간 전승을 이어 왔고 전반적으로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신앙을 지향하는 제도화된 교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숙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영성의 회복과 일상 속의 하나님 나라 확장뿐 아니라 제도화된 교회의 목회리더십 계승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