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속 스며드는 발레… 인기는 식지 않는다
입력 2011-10-23 17:31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 등 대형극장 표 거의 다 팔아
발레는 뮤지컬이나 클래식에 버금가는 문화공연 선택지의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오는 27∼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모던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티켓 예매율은 23일 현재 90%선. 아무리 ‘로미오와 줄리엣’이 세계적인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대표작이고, 국내 스타 무용수 김지영과 김주원이 출연하는 공연이더라도 놀라운 수치. ‘티켓 50%만 팔아도 성공’이라던 모던발레 공연임을 감안하면 이변에 가깝다.
올 초부터 시작된 발레의 인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은 최근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발레단 무용수의 가족들도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을 정도다.
다음 달 11일부터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드라마 발레 ‘오네긴’도 마찬가지다. 공연 시작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데도 티켓은 이미 69% 정도 팔렸다. 형식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을 중시하는 ‘드라마 발레’의 개념이 아직까지 대중에게 생소하고, 작품 자체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대성공이나 마찬가지. 이 발레단 관계자는 “2009년 같은 공연과 비교해도 티켓이 훨씬 많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12일에 공연이 시작되는 서울발레시어터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발레 인기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 작품을 공연하는 하남문화예술센터는 “아직 예매율 통계는 없지만 티켓 예매 문의 전화가 굉장히 많이 온다”고 말했다.
발레의 폭발적인 인기는 올 초부터 감지됐다. ‘지젤’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등 상반기 고전발레 공연이 매진됐거나 매진에 가까운 판매율을 보였던 것. 아무리 인지도 높은 클래식 발레라 해도 지난해까지는 유료 예매율 70%를 채우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립발레단은 지난 2월 ‘지젤’ 공연에서 한국 발레 공연 사상 처음으로 전회 전석 매진을 달성하기도 했다. 무용계 관계자들은 영화 ‘블랙스완’과 개그프로그램 ‘발레리NO’의 인기, 김연아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 음악으로 ‘지젤’을 선택한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상반기에 높은 티켓 판매율을 보였던 발레 공연들은 주로 널리 알려진 클래식 발레였다. ‘명성황후’나 ‘라이프 이즈’ ‘디스 이즈 모던’ 등 모던발레의 인기는 클래식 발레 인기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하반기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의 인기는 대중들의 발레 이해가 한 단계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립발레단 김혜원씨는 “클래식 발레를 처음 접한 관객들이 국내 발레단의 수준을 보고 믿음을 가지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발레단과 발레리나들의 잇단 해외 진출 소식이 알려지며 일반인들의 발레 선호도를 높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발레 인기는 ‘발레 배우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성인발레 클래스를 개설한 백화점 문화센터나 발레학원은 수강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아마추어를 지도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아카데미 전임교사 정진아씨는 “2008년 당시 수강생이 한 반에 10∼2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크게 늘어 25∼40명선”이라며 “발레를 관람한 사람들이 직접 발레를 하는 데까지 관심을 두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