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진 새로운 금빛 산실… 미리가본 충북 진천선수촌

입력 2011-10-23 17:26


태릉선수촌은 국가대표선수 합동 훈련을 위한 종합 트레이닝 센터로 1966년 건립됐다. 당시 치열한 남북대치 상황에서 스포츠가 체제 우위를 가리는 방편으로 이용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북 우위의 경기력이 대한체육회의 절대 과제로 꼽혔다. 이후 태릉선수촌은 국가대표선수의 요람으로 자리잡으며 한국스포츠 발전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2000년 들어 태릉선수촌 설비가 노후화되고 450명 수용규모 밖에 안되는 비좁은 시설로는 1200명씩이나 되는 전 종목 대표선수 합동 훈련이 불가능했다. 또 문화재 보호구역내에 자리잡은 지리적 한계 때문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선수촌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대두됐다. 2009년 2월 첫 삽을 뜬 충북 진천 선수촌은 우선 1단계 사업으로 메달이 많이 걸린 육상 수영 사격을 비롯, 12개 종목 350명이 입촌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됐다. 체육회는 2단계 사업이 끝나는 2017년에는 일부 동계 종목을 포함해 37개 종목 800명 규모로 세계적인 훈련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7일 개장식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진천 선수촌(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 일대)은 현대식 설비가 주위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져 신설 대학캠퍼스를 방불케 했다. 184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박태호 운영단장에게 가장 자랑할 만한 시설부터 가자고 하니 가장 높은 곳에 숨겨진 사격장부터 안내한다. 아직 잔디가 듬성듬성한 야외의 클레이 사격장 옆에 각각 60사대씩을 갖춘 10m, 25m, 50m 거리별 실내 사격장이 위용을 드러냈다. 탄약고와 무기고 설비를 실은 대형화물차가 하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진천 선수촌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메달이 많이 걸린 3종목, 즉 육상 수영 사격 훈련시설 확충에 최우선을 뒀다고 한다. 특히 사격종목은 2005년 태릉 푸른동산 사격장이 폐쇄된 뒤 창원과 청원 사격장에서 촌외훈련을 했지만 진천 선수촌 개장으로 70∼80명에 이르는 대표선수의 합동훈련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사격장은 태양열 설비를 갖춰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70%를 태양열로 충당하는 첨단 설비를 갖췄다고 한다.

테니스장은 케미컬 코트 4면을 갖춘 실내와 클레이 4면, 케미컬 6면으로 구성된 실외코트로 만들어져 있다. 야구장 옆 육상장은 투척과 트랙을 분리했다. 특히 100m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해 100m 훈련장은 10개 코스로 늘였다. 창던지기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끝 지점에 도달하면 세계 신기록이 되게끔 당초 계획보다 흙을 더 파냈다고 박 단장은 귀띔한다.

천정이 높은 수영장은 경영 훈련장과 다이빙·수구·싱크로 훈련장을 분리했다. 특히 경영훈련장에는 1억8000원짜리 영법분석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이 장치는 레일로 이동하며 선수들의 모든 동작을 촬영해 곧바로 컴퓨터에 입력된다. 레일의 최고 속도는 박태환의 속도보다 20% 빠르게 돼 있다고 한다. 다이빙장 옆에는 다이빙선수를 위한 지상훈련장이 마련돼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목적 훈련장 2곳은 핸드볼 농구 배구 선수를 위한 곳이다. 내년 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앞둔 배구대표팀이 내년 4월 이미 예약을 했다고 한다.

3개동으로 이뤄진 선수숙소는 화랑관으로 명명됐다. 진천은 신라 김유신 장군 출생지로, 화랑정신을 선수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1인 1실로 350명 수용규모다. 특이한 것은 파트너하우스다. 대표선수들의 훈련파트너로 입소한 선수들을 위한 220실 규모의 숙소다. 태릉과 달리 주위에 변변한 숙소가 없는 점이 감안됐다. 선수회관에는 대강강을 비롯, 영화관 당구장 북카페 탁구장 등 휴식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부상선수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무실도 있지만 선수촌은 진천 성모병원과 MOU를 맺고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할 계획이다. 고교생 대표선수는 인근 광혜원고교에 위탁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3300억원이 투입되는 2단계 사업은 빠르면 2013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7년에 마무리 할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모두 37개 종목 800명 선수들을 수용해 한꺼번에 훈련에 들어간다. 미국대표팀 훈련소인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머금가는 세계적 규모의 종합 훈련장이 건립되는 셈이다. 2단계 공사에는 동계종목을 위한 설비도 있다. 쇼트트랙 1면, 아이스하키장 1면과 컬링 5레인을 갖춘 빙상장도 계획돼 있다.

▶가는 길

진천 선수촌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서 100㎞ 남짓. 내비게이션은 소요시간 1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했다. 중부고속도로 음성IC에서 빠져나와 10여분.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 일대에 건립된 진천 선수촌은 아직 등기부상 지번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따라서 내비게이션은 선수촌과 관계된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그냥 주소 안내로 ‘회죽리’로 찍고 간 내비게이션은 인근 마을 소도로로 안내했지만 도로 끝은 바로 선수촌 정문이었다. 선수촌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안내와 관계없이 17번국도 따라 가면 오른쪽으로 선수촌 정문으로 뚫린 직선도로가 있다고 했다.

진천=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