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보영 변호사 선택이 참신한 이유
입력 2011-10-23 17:39
양승태 대법원장이 가사 사건 전문가인 박보영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 것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여성 및 소수자의 권리보호에 충실한 판결을 해온 박 변호사 자신이 다른 대법관처럼 서울대 출신이 아닌데다 여성이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호남 출신이며 현직 판사가 아닌 변호사란 점도 발탁 요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변호사 임명제청은 다음 달 퇴임하는 김지형 대법관을 제외하고 서울대 출신 일색인 대법관 구성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기 위해 외형적 다양성을 갖출 것이라던 양 대법원장의 결심이 현실화된 셈이다. 무엇보다 다문화가정 시대를 맞아 이 분야에 고도의 법적 경험을 갖춘 적절한 인물을 발탁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박 변호사는 올해 초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으로 취임한 뒤 조직을 정비해 다문화가정 법률상담 시스템을 구축해 이주 여성을 돕는 데 앞장섰다. 또 성폭력 피해 여성 지원 사업을 주도하며 여성변호사회를 이익단체가 아니라 공익단체로 변화시켰다. 우리 사회의 약자에 눈을 돌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며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는 약자인 장애인, 다문화 가정, 여성, 청소년 등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발전에 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봉사한 박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선택한 양 대법원장의 결정은 참신해 보인다.
사회적 소수의 대변자 역할을 한 여성변호사 한 명이 대법관이 된다고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국민행동준칙의 최후 심판관인 대법원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박 변호사 발탁은 사회적 변화를 쫓아가려는 대법원의 노력을 보는 것 같아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