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린카드 부당 사용자 조직에서 도려내라
입력 2011-10-23 17:41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법인카드 사용 비리를 막기 위해 도입된 클린카드(Clean Card)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클린카드를 부당하게 쓰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9개 공공기관은 자체 감사를 벌여 지난해 클린카드 부당 사용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개인 선물을 사거나 결제금액을 쪼개는 편법도 동원했다. 도로공사는 근무시간에 음식점에서 클린카드로 4억2800만원(2529건)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감독, 현장조사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사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소비자원 상임위원은 제과점과 식당에서 개인적으로 클린카드를 44차례 사용했고, 한국환경공단 한국연구재단 한국석유관리원 국민체육진흥공단 직원들도 클린카드를 편법으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클린카드가 아니라 더티카드(Dirty Card)라는 비판이 쏟아질 만하다.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산하기관 직원들로부터 향응을 받은 ‘지식경제부 룸살롱 접대 사건’. 산하기관 직원들은 클린카드를 룸살롱 업주의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쓴 것처럼 꾸며 접대비를 마련했다.
범죄행위나 다름없는데도 클린카드를 제멋대로 쓰는 것은 해당 부처와 기관의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걸려도 경고·주의 등 경징계를 받으면 그만이라는 모럴 해저드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클린카드 부당 사용자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히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조직 내에 경각심이 높아진다. 기관이나 기관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가 지난달 클린카드 사용 내역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기관에 시스템 구축을 권고하고 클린카드를 쓸 수 없는 물품 목록을 확대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권익위를 비롯한 정부는 조직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클린카드 악용 사례를 근절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