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어린이들 감동의 합창…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아이소리앙상블’ 단원 26명 두 번째 정기공연

입력 2011-10-23 19:42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기적 같은 합창이 지난 22일 서울 노량진동 CTS아트홀에 울려 퍼졌다. ‘아이소리앙상블’ 단원 26명의 두 번째 정기공연이다.

오후 6시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 420여명은 우레 같은 박수로 합창단을 맞았다. 다소 긴장했던 아이들은 박수소리에 용기를 낸 듯 이내 발랄함을 되찾았다. ‘등대지기’ ‘개구쟁이’ 등 동요와 크리스마스캐럴을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과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에 맞춰 율동을 했다. 발음도 또박또박해 노래에서 장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객석은 아이들의 천진함에 흠뻑 빠져들었고,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부모들도 점차 공연을 즐기며 미소를 지었다.

동요 ‘우산’을 부를 때는 객석이 웃음바다가 됐다. ‘빨간 우산’이라는 가사에 빨간 우산을, ‘파란 우산’에서는 파란 우산을 펴는 식으로 율동을 선보였는데 ‘찢어진 우산’을 노래할 때 한 어린이가 긴장한 나머지 힘을 너무 세게 줘서 우산이 실제로 고장나버려 웃음이 터진 것.

마지막 곡이자 두 번째 앙코르곡 ‘노래할 수 있어요’에서 어린이들은 장애를 넘어 꿈을 노래했다. “사람들은 웃지요, 노래할 수 있냐고. 하지만 우린 꿈을 갖고 있어요”라는 노랫말에 객석은 일순 숙연해졌다.

아이소리앙상블 단원들은 ‘인공 와우(달팽이관)’로 소리를 식별한다. 인공 와우는 청력 손실이 큰 장애인의 귀 뒤쪽 머리에 부착하는 1원짜리 동전 크기 수신기로, 귓속 달팽이관에 전극을 넣어 듣게 해준다. 하지만 인공 와우를 통해 듣는 소리는 기계음이어서 ‘도레미’ 같은 간단한 음정도 식별하기 어렵다.

아이소리앙상블의 지휘자 김정민씨는 “아이들마다 불편함의 정도가 다르다”며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한 명씩 맞춰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어떤 합창단보다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창단에 들어온 송주영(10)양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부끄럽고 연습 때는 박자를 맞추는 게 힘들었는데 이젠 괜찮다”고 했다. 송양은 “미녀와 야수를 부를 때가 가장 좋다”며 활짝 웃었다. 송양의 어머니 허한나(37)씨는 “아이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기적 같다. 평소 풀이 죽어 입도 뻥끗하지 않던 아이가 활달해지고 자신감이 붙은 모습에 너무나 감사하고 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아이소리앙상블은 장애아동을 지원하는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 지난해 5월 창단했다. 지금까지 9차례 특별공연을 가졌고 정기공연은 지난해부터 연 1회 열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