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인교] FTA, 이제 비준 표결을

입력 2011-10-23 17:38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이 가까워지면서 일본과 중국의 FTA 구애는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들은 한·미 FTA 경제파급 효과를 고려하여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에 외교통상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FTA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두어 달 전에 여야는 미 의회의 비준상황을 봐가면서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야당은 미 의회 비준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 12일 미국 상하 양원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비준을 완료하자, 야당과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가 미국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서둘러 처리했고, 우리는 협정을 다시 검토해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말 추가협상으로 자동차 관세철폐 4년 연기로 민주당이 체면치레를 할 수 있게 되었고, FTA 보완대책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에 대한 공화당의 입장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비준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미 의회의 비준처리를 보면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게 된다.

먼저 대통령의 정치적 역할을 들 수 있다. 이번 비준안 처리뿐만 아니라 민감한 통상 현안 처리에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도급 인사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 언론이 대국회 관계에서 우리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의회 비준 막바지 단계에서는 원론 수준에서 경제효과를 따지기보다는 보완대책을 집중 논의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우리 국회와 사뭇 다르다. 지난주 국회 끝장토론에서 야당은 한·미 FTA 경제효과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러한 사항은 오래전에 이미 충분하게 논의했지만, 똑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말로만 ‘완벽한’ 보완대책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토론시간 대부분을 보완대책 논의에 할애했어야 했다.

셋째, 우리 국회는 책임정치를 배워야 한다. 한·미 FTA를 체결했던 공화당이 야당이 되었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비준을 승인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한·미 FTA를 민주당이 야당이 된 이후 반대로 돌아섰고 자기비하 발언을 일삼고 있는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다행인 것은 한·미 FTA에 대해 갈피를 못 잡던 여당 지도부가 비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이다. 이번 주가 비준처리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론과 인터넷, 장외집회 등을 통한 반대단체들(범국본)의 활동이 거세질 것이다. 지난 13일 범국본은 한·미 FTA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다.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 21쪽에는 한·미 FTA가 대한민국 법률보다 상위법이고, 한·미 FTA 발효 시 한·미 FTA와 국내 법률이 충돌할 경우 이는 단순히 ‘통상분쟁’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국내 법률 관련 내용은 폐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 법질서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끝장토론으로 상대를 설득시켜 한·미 FTA에 대한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 지속으로 FTA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고, 미국과의 FTA 조기이행 필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이유가 없다. 상임위 및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민주적 방식으로 비준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