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독서적 특집] 들녘엔 가을걷이 책 품은 가슴엔 은혜 영그는 소리

입력 2011-10-23 16:44


얼마 전 경북 성주 대가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 모두가 독서에 매진하자는 ‘독서 선포식’을 열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교생은 독서 의지를 담은 ‘다독 다짐 선언문’을 낭독하며 지혜로운 청소년으로 성장하기 위해 각자 연간 100권 이상의 책을 읽자고 결의했다. 이 학교 이재활 교장은 “벌과 나비는 꽃에서 꿀을 찾지만 아이들은 책에서 꿈이 영근다”며 “이번 선포식이 전교생 모두가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산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즘 모든 출판사와 서점들이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고 호소한다. 그 같은 볼멘 호소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거대한 미디어의 변화와 맞물려 출판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기독출판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판매량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 십수년 동안 기독출판계에 몸담았던 한 인사가 “그동안 사명감을 갖고 일해 왔는데 이제 정말 ‘이 바닥’을 떠나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한 기독출판계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지난 시절 기독출판계는 한국 성도들과 목회자들에게 영적 자양분을 공급했다. 누구나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기독출판계를 돕기 위해선 그들이 정성껏 만든 책을 읽으면 된다. 전국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성주 대가초 학생들과 같이 ‘다독 선언’을 하면 된다. 먼저 이 땅의 목회자들이 연간 100권 이상의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고 실행한다면 기독출판시장은 활기를 띨 것이다.

다독가로 알려진 지구촌교회 원로 이동원 목사는 “책은 성도와 소통할 언어를 가르쳐 주는 멘토”라고 말했다. 그가 스토리텔링에 능한 탁월한 설교가가 된 것은 넓고 깊은 독서 때문이다. 목회 초창기에 읽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은 이 목사의 상상력에 기름을 부었다. 천로역정을 읽으면서 그 안에 나오는 사건들, 즉 크리스천들이 경험하는 수많은 사건을 머리로 그려갔다. 그것이 이 목사 설교의 시작이었다. 그는 목회자들은 불변하는 진리를 ‘소통하는 언어’로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통의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회자들의 독서는 성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서하는 목회자의 모습을 보면서 성도들과 자녀들도 책을 읽게 된다. 교회는 독서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지식만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교회가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인문학적인 지식이 흐르는 공간이 될 때, 세상을 리드할 수 있다. 교회여, ‘다독 선언’을 하자!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