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태부족… 무늬만 특수학교

입력 2011-10-21 21:17


지난 국정감사에서 전국 초·중·고교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및 관리 실태에 대해 지적받은 데 이어 특수학교조차 장애인 시설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에 비해 화재 등 사고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애인 시설의 안전 불감증은 심각한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조사한 ‘고등교육기관 및 특수학교 편의시설 설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29곳, 경기도 26곳, 부산 13곳 등 전국 국·공·사립 특수학교 150곳에 설치돼야 할 장애인 편의시설 3만6397개 중 적정 판정을 받은 것은 1만1073개(30.4%)에 불과했다. 기준에 따라 마련돼야 할 5625개(15.4%)는 아예 설치되지 않았다.

이 중 촉지도식 안내판이나 음성 안내장치 등 유도안내시설이 없는 경우가 84.1%로 가장 많았다.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58.3%), 장애인용 승강기(37.3%),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36.8%) 설치도 미흡했다. 장애인용 대변기(28.3%)와 소변기(31.0%) 등 기본적인 위생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장애인용 계단(21.5%), 경사로(22%)의 적정 설치율도 낮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색하게 했다.

시각장애 학생이 다니는 맹아학교의 실태도 문제였다. 전국 맹아학교 35곳을 조사한 결과 유도안내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는 47.1%로 절반에 가까웠다, 점자나 소리로 길을 읽어 나가는 시각장애인에겐 치명적이다. 안전한 보행을 돕는 점자블록(22.1%), 소리를 듣고 대피할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경보피난시설(18.6%)의 미설치율도 무시 못할 수치다. 불이 나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아학교에서도 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유도안내 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95.3%에 달했다. 경광등, 피난구유도등, 통로유도등 등 경보피난시설도 16.4%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설치된 3만772개 시설 중 1만9699개(64%)도 부적정 설치 판정을 받았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국 지체장애인협회 산하 지체장애인 편의시설 지원센터 관계자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편의시설은 장애인에게 위험물이나 흉기가 될 수 있다”면서 “아예 설치하지 않은 것보다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적정 설치 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설치할 경우 적정 설치했을 때보다 2∼3배의 비용이 든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