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추미 여성대상 달리상 영예, ‘동천’ 성선경 원장 “아이들 손끝 야무져 반품 하나 없어요”

입력 2011-10-21 18:43


“우리 아이들이 만든 모자입니다. 얼마나 손끝이 야문지 반품 하나 없어요. 솜씨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서 주문이 밀려들어오네요.”

장애인들이 만드는 모자 제조업체 ‘동천’의 성선경(72) 원장은 21일 서울 하계동 본사 휴게실에 전시돼 있는 각양각색의 모자를 들어 보이며 “이 좋은 솜씨 덕분에 상까지 받게 됐다”면서 직원들 자랑으로 입에 침이 말랐다. 이 회사 직원 60명 중 40명이 여성 중증 지적·자폐성 장애인이다. 동천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만큼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성 원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주최 제11회 비추미 여성대상 달리상(여성 문화·언론 및 공익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28일 상을 받는다. 중중 장애인들의 어머니로 헌신하며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데 기여해온 공로다.

성 원장은 수상 소감을 묻자 “봉사정신이 투철해 장애인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고, 계획을 세워 추진한 것도 아니어서 사실은 수상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1964년 한국방송공사에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65년 개국하는 동아방송으로 옮겨 활동했던 성 원장은 영아원을 하는 시어머니를 돕기 위해 74년 방송국을 그만뒀다.

그는 “시설보다는 양부모라도 가정이 낫겠다 싶어 국내외로 입양을 보냈는데, 지적장애가 있는 7명은 아무도 안 데려가서 이들을 위해 78년 영아원을 장애인 생활시설로 바꿨다”고 했다. 이후 80년에는 장애인 재활을 위한 특수학교(충현학교)를 설립했고, 85년엔 복지원(동천의집)을 세웠다.

하지만 기술을 배운 원생들은 보통사람보다 못할 게 없는데도 취업 후 1∼2개월이면 쫓겨났다. 회사가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을 이해 못하고, 원생들도 비장애인들과 일하는 속도가 맞지 않아 적응을 못했던 것. 그래서 2002년 모자를 생산하는 동천을 세워 원생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줬다.

그는 동천을 차린 뒤 화장품이나 내의 한번 사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성 원장의 얼굴이 까칠해지면 직원들이 화장품을 손에 쥐어주고, 찬바람이 불면 내의를 사온다고 했다. 성 원장은 “제 살기 바빠 얼굴 보기도 힘든 친자식보다 훨씬 살갑다. 이들 덕분에 하루를 웃음으로 보낸다”며 활짝 웃었다.

“김동건 임국희 아나운서가 동아방송 동기예요. 요즘도 활동하는 그들을 보면 부럽지만 정말 잠깐입니다. 나에게 진심 어린 사랑을 보내오는 우리 아이들이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전국 각지로 시집을 간 뒤 때때로 자녀를 안고 찾아오는 원생들을 만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결혼도 못 한 채 홀로 늙어가는 이들을 위해 지적장애인 양로원을 차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