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4곳 동시 개방] MB, 4대강서 ‘청계천 효과’ 볼까?

입력 2011-10-21 18:30

2002∼2006년 재임한 이명박 서울시장이 했던 일 중 시민들의 기억에 가장 남는 건 청계천과 버스다. 모두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청계천은 복원 방식에 대한 반대가, 버스체계 개편은 시행 초 큰 혼란이 있었으나 여론은 “해놓고 보니 MB가 옳았네”라고 판정했다. 이런 ‘청계천 효과’는 그에게 대선 티켓을 가져다 줬다.

대통령이 돼선 반대 여론이 더 많았던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이러쿵저러쿵 해도 올 가을 완공되면 모두 수긍할 것”이라고 했다. 청계천 효과가 재연되리란 얘기였고 이제 그 판정의 날이 왔다. 22일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4개 보에서 4대강 개방 행사가 열린다.

명칭은 준공식이 아닌 ‘4대강 새물결 맞이’다. 공사가 남아 준공은 두 달쯤 더 있어야 한다. 황량한 겨울보다 단풍 든 가을 강변을 보여주려 미리 공개하는 것이다. 황금시간대에 지상파 생중계도 된다. 민주당이 “노골적 선거 개입”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정부는 4대강 효과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은 65.3%나 됐다. 올 1월 SBS 조사에선 49.6%(찬성 44.9%)로 찬·반 격차가 줄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왕 시작한 거”라며 긍정적으로 보려는 눈이 많아졌고 청와대는 이런 추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4대강 여론이 기대만큼 좋아질지, 대통령 지지도에 보탬이 될지는 의문이다. 시점이 썩 좋지 않다. 예상치 못했던 10·26 서울시장 선거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고, 사저 논란으로 대통령을 보는 시선도 따갑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운영에 필요한 마지노선이라는 30%를 위협받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21일 “부정적 여론이 너무 많았고, 홍보전도 반대 진영에 많이 밀렸다”며 “공사가 잘 됐다지만 ‘그 많은 돈을 이거 하려고 딴 데 못 썼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청계천 효과를 볼 때 이 대통령은 대권 도전을 앞둔 ‘뜨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이젠 논현동 사저로 돌아갈 ‘지는 정치인’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임기 말로 갈수록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낮아진다”며 “4대강이 최근 여러 악재를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내부에도 비관적 의견이 있다. 핵심 관계자는 “청계천은 도심에 있어 금방 피부로 느꼈지만 4대강 구간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예산도 대부분 준설에 투입돼 사람들이 볼 때는 ‘22조원 다 어디 간 거야’라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강과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진 건 틀림없다. 친수구역 정비 등이 추가로 이뤄지면 진짜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