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死後] 美 “김정일, 핵개발에 더 집착할 것”
입력 2011-10-21 18:10
42년 동안 리비아를 철권통치해온 무아마르 카다피의 처참한 최후를 보며 남의 일 같지 않았을 이들이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바샤르 알 아사드(시리아), 알리 압둘라 살레(예멘) 대통령이 그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철권통치는 결국 종식된다”고 남아 있는 독재자들에게 경고했다.
◇김정일, 핵무기 집착 강해질 것=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북한은 이제 ‘자위’를 명분으로 한 핵 개발에 더욱 주력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어떤 외교적 노력을 펼치더라도 지난 수십년간 핵무기 개발에 전념해온 북한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행세하려 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과 리비아는 비슷한 시기에 핵 개발을 추진해오다 2003년을 기점으로 다른 길을 걸었다. 카다피는 그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했고, 북한은 ‘고립의 길’을 걸었다. 북한은 지난 3월 서방의 리비아 군사작전이 시작됐을 때 “지구상에 강권과 전횡이 존재하는 한 자기 힘이 있어야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는 진리가 다시금 확증됐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카다피의 최후를 보며 앞으로 핵무기에 더욱 집착할 것임을 예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유유상종 차베스, “카다피는 순교자”=카다피의 동료이자 지지자인 차베스는 그의 죽음에 분노를 표했다. 이날 쿠바에서 암 치료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차베스는 카다피의 죽음을 잔학무도한 일로 규정하며 “그는 순교자”라고 강조했다고 현지 언론 엘 우니베르살 등이 보도했다.
차베스는 “슬프게도 카다피 사망이 확인됐다”며 “그들은 카다피를 암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카다피는 전 생애 동안 혁명가, 순교자, 전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차례는 아사드와 살레=카다피 사망 후 시리아 국내외 반정부 인사들은 아사드 대통령이 카다피의 뒤를 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가 승리를 선포하는 순간 시리아 홈스에서도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했다. 미국에 망명한 시리아 반체제 인사 아므르 알 아즘은 “아사드가 앞서 축출된 지도자들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언젠가 예멘의 살레도 (카다피처럼) 배수로 구멍에서 발견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