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위기 태국 방콕 시험대 선 친나왓 총리
입력 2011-10-21 18:07
50년 만의 기록적인 홍수로 태국의 수도 방콕이 침수될 위기에 놓였다. 취임 세 달째를 맞은 잉락 친나왓총리의 지도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총리=물에 잠길 방콕뿐 아니라 지난 8월 취임한 친나왓 총리도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수 사태를 놓고 유관기관 내에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홍수 피해가 커지면서 총리의 지도력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친나왓 총리는 이날 “방콕 도심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으나 더 이상 물줄기를 차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국가 전체가 물에 잠기는 위기상황을 막기 위해 방콕으로 향하는 수문을 모두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홍수는 수백년간 모든 총리에게 정치적 시험대가 됐다. 신문은 친나왓 총리는 정치 신인으로 내각을 잘 통제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수도가 물이 잠기는 데 대한 총리의 첫 반응은 불확실성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태국 정부는 며칠 전 “최악의 상황은 피했고 방콕은 안전하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이는 무엇 하나라도 총리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정적들에게 꼬투리가 되기 충분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수도가 물에 잠길 상황이니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군부에게 실권을 주는 비상사태 선포를 꺼리고 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친나왓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2006년 미국을 방문하던 도중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된 바 있다.
◇침수위기에 처한 방콕=쑤쿰판드 빠리바트라 방콕 주지사는 21일 상류 지역에서 강물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방콕 북단의 돈므앙과 락시 구역을 홍수 경보 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방콕에서 홍수 경보가 내려진 곳은 기존 동부 7개 구역에서 9개로 늘어났다.
홍수 경보 지역 주민인 앗차라 옹수완은 “침수에 대비해 벽돌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로 홍수 방지벽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세 달 가까이 계속된 홍수로 태국에서는 현재까지 320여명이 숨졌으며, 경제손실이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은행은 “(세계 쌀 수출 1위국인) 태국의 농경지 침수로 쌀 수확량이 감소해 세계 쌀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