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死後 리비아 선교는? “지구촌 교회, 리비아 재건 전폭 지원… 이슬람 극단주의 발흥 막아야”
입력 2011-10-21 17:57
카다피의 사망으로 리비아의 42년 철권통치가 종식되자 전 세계 기독교는 리비아의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발흥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은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42년간 카다피의 철권통치 속에 대다수 리비아 시민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며 “이제 리비아 국민은 모든 적대감을 버리고 국가 재건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는 성명에서 “카다피의 죽음이 리비아를 새로운 국가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길 바란다”며 “새로운 시대에는 리비아 국민 모두의 복지가 증진될 뿐 아니라 종교적 자유도 향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전 세계 교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리비아 과도정부와 국민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리비아는 카다피의 독재 속에서도 강력한 이슬람 체제를 유지했던 이슬람의 맹주였다. 인구 97%가 수니파 무슬림이며 기독교인(2.64%)과 힌두교인(0.01%) 등 타종교인은 소수였다. 그러나 소수 기독교인들은 카다피 체제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살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가정교회를 중심으로 성장과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고 ‘세계기도정보 2010년’이 기록했다. 국민들의 영적 갈급도 커 다수의 무슬림들이 세속화되고 있었다. 선교 지도자들은 지난 2월 발생한 시민혁명도 이 같은 영적 기류 속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슬람권 선교 관계자들은 카다피 사후 리비아의 미래를 대체로 낙관했다. 재건을 위해 한국교회와 NGO 등이 과감히 나설 것을 제안했다. 재건에는 물적·영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슬람 전문 단체인 A선교회의 경우 중동 선교사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으로 공백 상태가 된 리비아에 들어가 학교와 병원 등을 재건하고 현지인들의 영적 허기를 복음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한국프론티어스선교회 이현수 대표는 “리비아는 현재 복음의 문이 열렸다고 보면 된다”며 “한국교회도 리비아 재건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카다피의 죽음은 외세에 의해 사망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달리 자국민 손에 의해 빚어진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 여파로 리비아 이슬람 체제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향후 시리아와 예멘, 이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B국의 C선교사도 “지난 2월 시작된 리비아 시민혁명은 탈종교화 경향 속에서 일어났다”며 “이는 리비아 국민들이 더 이상 이슬람 극단주의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며 장기적으론 이슬람 우위 체제는 무너질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집트 등지에서 발생한 기독교 대상 공격에서 보듯 극단주의 발흥도 우려되고 있다.
한정국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은 “리비아 혁명 속에서 극단주의 세력이 참여해 자신들의 지분을 요청한 바 있다”며 “카다피 사후 리비아의 종교적 판도 변화는 가능하지만 민주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더라도 다수인 이슬람 세력이 소수 종교인들을 핍박할 여지는 크다”고 신중론을 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