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책임
입력 2011-10-21 17:48
1980년대 중반 그리스에서 공부와 목회를 겸할 때다. 당시 한국은 갑갑한 정국 아래 있었기에 외국에 있으면서도 민주화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그 시절 아테네에서 바라봤던 그리스의 정치풍토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매일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던 경찰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이 광경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언제 일하고 나라 경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주제 넘는 걱정을 한 적도 있다. 아마도 그들은 풍부한 관광자원만으로도 국가경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나라가 지금 세계의 골칫거리가 됐다. 심지어 한국의 주식시장은 물론 안방의 살림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들었다. 불과 30년도 안 됐는데 말이다.
문제는 국가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던 정부와 국민들의 방만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것으로 쓰고 놀고, 일하기를 싫어했던 그들이 지금 다음세대에 혹독한 고통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우리 아이들의 내일에 대해 어떤 책임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시기인 듯하다.
손달익 목사(서울 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