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다피의 참혹한 최후, 北 정권 기억해야

입력 2011-10-21 17:38

리비아를 42년간 통치하며 철권을 휘두르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수도 트리폴리에서 고향인 시르테까지 쫓겨간 카다피는 시민 반군에 포위되자 인근 하수관으로 숨었으나 발각됐다. 외신들은 그가 다가오는 시민군에게 “쏘지 마, 쏘지 마”라며 목숨을 구걸했다고 보도했다. 민주화운동의 물결이 거세지던 당시 해외 도피 권유에 차라리 장렬하게 순교하겠다며 결기를 보이던 데 비하면 필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차스러운 최후가 아닐 수 없다. 사망 당시 정황은 정확히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생포된 뒤 누군가의 총을 맞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굴과 목에 생채기가 나고 피가 흐르는 그의 생포 당시 사진은 사담 후세인을 비롯한 세계 독재자들의 말로를 떠올리게 한다. 이라크를 24년간 통치했던 후세인도 2003년 고향인 티크리트 인근 구덩이에 숨어 있다 미군에 체포된 뒤 3년 만에 사형당했다. 체포 당시 덥수룩한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에 겁먹은 듯한 눈동자는 공중을 향해 AK소총을 발사하며 항전 의지를 불태우던 그의 예전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공산 루마니아를 지배하다 1989년 민중봉기로 축출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도 부부가 총살당하는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독재자들의 참혹한 말로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권은 언젠가는 멸망하고 만다는 역사의 진실을 증명하고 있다. 민심을 잃은 독재자는 갈 곳이 없으며, 국민을 탄압한 지배자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진리를 카다피가 새삼 일깨우고 있다. 왕조 시대를 무색케 하는 세습체제를 구축하고 민생을 외면한 채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북한도 이런 역사의 진리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카다피가 제거됨에 따라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새 정부 구성과 경제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착근시키는 길은 민주화 봉기보다 어렵고 험난하다. 리비아 국민들이 지역, 부족, 종파별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민주정부를 세워 지구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