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소유’ 아닌 ‘나눔’임을 깨달아

입력 2011-10-21 17:22


달을 사랑한 곰/글 롤프 팽어, 그림 울리케 뮐트겐/어린이나무생각

언덕위에 까만 밤이 내렸습니다. 작은 곰은 잠자리에 들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기곰 집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네요. 빼꼼히 열린 문틈으로 빛이 흘러나옵니다. 노랗고 화사한 빛. 작은 곰 네 집에 누군가 대단한 손님이 방문한 것 같습니다.

비밀스러운 손님은 달이었습니다. 하늘 높이 둥실 떠 있는 달. 매달 두 볼이 터질 듯 부풀었다가 야위는 달 말입니다. 사실 손님이니 방문이니 말할 건 없겠습니다. 사랑에 빠진 작은 곰이 달을 납치해온 것이거든요. 그 사이 바깥세상에서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럴 만하겠지요. 달이 없는 밤이라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달을 사랑한 작은 곰’은 너무 사랑해서 가까이 두고 싶은 친구가 생긴 작은 곰이 벌인 결코 작지 않은 소동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달은 결국 하늘로 돌아갑니다.

사랑한다고 꼭 가져야 하는 건 아닙니다. 가지기 위해 내 손에 꼭 쥐거나, 내 책상서랍 속에 모셔둬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때로 남과 나누고 모두가 아껴줄 때 진짜 내 것이 된다는 걸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달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좀 궁금해집니다. 작은 곰 집에 끌려온 것도, 하늘로 되돌아간 것도 달의 결정은 아니었으니까요. 누가 달에게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물어보긴 한 걸까요. 작은 곰도 유괴당했던 달에게 사과 한마디쯤 건넸겠지요? 전재민 옮김.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