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정말 죽이려 했을까?
입력 2011-10-21 00:41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살은 당초 계획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했을 때만 해도 과도국가위원회(NTC) 측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 영장을 발부할 것이고 카다피는 생포돼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42년간의 철권통치를 통해 벌인 인권 유린과 학살 등 반인륜 행위를 단죄할 계획이었던 것.
그만큼 리비아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였다. 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도 “카다피를 생포해야만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다피의 생포를 간절히 희망했었다. 이에 수도가 함락되고 카다피 핵심 거점 중 한 곳인 바니왈리드를 장악해 사실상 시민군의 승리가 정해졌을 당시에도 “아직 카다피를 찾지 못했다”며 자축하긴 이르다는 뜻을 밝혔고, 강력한 추적 의지를 내비쳤었다. 이에 카다피의 죽음은 NTC 측에게도 당혹스런 결과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사회가 보는 앞에서 심판을 넘어 정당한 단죄를 하길 원했지만 이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이견도 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생포됐을 때, 남은 추종세력이 반발한 데다 그의 참혹한 모습이 언론에 비치면서 동정심이 커져 논란이 됐었다. 이 같은 상황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 오사마 빈라덴처럼 ‘확인 사살’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공개된 카다피의 최후 모습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NTC 측의 휴대전화로 찍었다는 동영상에서 눈이 감겨 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카다피는 몸 곳곳에 총을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로 시민군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살릴 의지가 있었다면 이 같은 상태로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