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찾아 나선 증권사들-(3) “한국은 좁다, 세계 시장으로”] ‘금융 실크로드’ 개척
입력 2011-10-20 21:31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에 부딪힌 증권사들이 잇따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번의 혹독한 수업으로 얻은 노하우를 해외 신흥시장에서 발휘해 보겠다는 각오다.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 따르면 2007년 말 51개였던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점포는 지난달 말 현재 15개국에 92개까지 늘어났다.
◇아시아 이머징마켓 집중 공략=증권사들이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해외 시장은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포진해 있다. 아직 글로벌 IB(대형 투자은행)가 정착하지 못한 이머징마켓에서 먼저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현재 해외 92개 점포 가운데 21개는 중국에, 16개는 홍콩에 진출하는 등 아시아 지역 비중이 77.2%(71개)에 달한다.
우리투자증권은 홍콩 법인을 거점으로 아시아 지역에 8개의 현지법인과 2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올 초에는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베이징에 투자자문사를 설립했고, 7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에 지점을 새로 개설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세계 시장이 아시아에서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에 점포 8곳을 개설한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 시장 중 중국·베트남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은행은 규모가 크지만 증권·자산운용업은 성장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과 베이징에서 투자자문사·현지법인을 각각 동시에 설립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거쳐 중동까지 이어지는 ‘금융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은 9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이머징마켓 금융기관들과 잇따라 사업제휴를 맺었다. 올해 4월부터는 만디리증권과 사업제휴를 맺고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온라인 증권거래사업을 시작, 위탁수수료 수익을 높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향후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도 기술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 핵심지역 중심 네트워크 구축=증권사들은 보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현지의 영업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핵심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여러 곳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증권은 홍콩 현지법인을 교두보 삼아 뉴욕·런던의 현지법인과 도쿄·상하이의 지점 등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앞으로 싱가포르에 법인을 추가 진출시켜 ‘아시아 톱 5’ 증권사로서 IB·CM(상품운용)·IPO(기업공개) 분야 등에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다.
대우증권도 지난해부터 홍콩 현지에 마련한 법인을 ‘아시아·태평양 본부’로 삼아 중국·인도네시아·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해외 진출 가속화를 위해 8월 일본 도쿄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켰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향후 중국 베이징에 투자자문사,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 진출에서 국내 최초인 현대증권은 현재 뉴욕과 런던, 상하이 등에 7개의 해외거점을 구축해 놓고 있다. 뉴욕·런던 등 선진시장에는 현지법인을, 베트남·카자흐스탄 등 이머징마켓에는 현지 사무소를 두고 있다. 현대증권은 자원 부국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기업성장이 이뤄지는 국가에서는 기업 자금조달·투자 업무를 모색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