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기 2012년부터 가격 표시 의무화
입력 2011-10-20 21:33
구형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회사원 한정민(45)씨는 최신 스마트폰 구입을 1년 뒤로 미뤘다. 그는 “1년 전 ‘기기값 공짜’라는 말에 2년 약정으로 구형 휴대전화를 샀는데, 해지하려면 남은 1년치에 해당하는 단말기값 12만원을 내라고 한다”며 “공짜 마케팅에 속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내년부터는 이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휴대전화 공짜 마케팅이 금지된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모든 휴대전화 판매 매장은 요금제별로 단말기 판매가격을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이런 내용의 ‘휴대전화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고시를 제정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가격표시 대상에는 휴대전화뿐 아니라 태블릿PC, 모뎀, 충전기나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도 포함된다. 가격표시는 이동통신사의 직영·전속 대리점, 일반 판매점, 인터넷 판매사이트, TV 홈쇼핑 등 매장 크기와 판매 방법에 상관없이 모든 점포가 해야 한다.
가격표시는 약정기간이나 요금제별로 세분하고 라벨이나 스탬프, 꼬리표 등을 이용해 휴대전화마다 해야 한다.
고시는 표시 가격과 달리 판매하거나 대폭 할인 판매되는 것처럼 출고가격을 표시하는 것을 금지했다. 특히 통신요금 할인으로 기기값이 상쇄되는 것인데도 마치 기기값 자체를 깎아준 것처럼 표시하는 행위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지경부는 이들 점포들이 가격표시제를 제대로 지키는 지 1년에 1번 이상 정기 또는 수시로 지도·점검할 계획이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 1회 적발 때는 시정권고 조치하고 2회 이상이면 20만∼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가격표시제가 정착되면 휴대전화 가격이 요금제와 분리돼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점포 간 경쟁으로 휴대전화 가격도 인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KT는 이미 휴대전화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 전국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같은 가격에 팔도록 하는 ‘페어프라이스제’를 시행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강제성 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페어프라이스제와 일맥상통하는 정책”이라며 “고가의 스마트폰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이미 고시 제정 단계에서 지경부와 협조를 해 왔다”면서 “제도가 시행되면 실질적으로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매장들은 “마케팅 수단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무조건 공짜’ 같은 홍보문구는 소비자 유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하지만 실제 판매할 때는 요금제와 약정기간, 기기 할부금은 요금 할인액으로 대신된다는 것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소비자를 속이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현 맹경환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