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나타나자 “내가 朴 적자” 與성향 보측 양측 몸싸움
입력 2011-10-20 21:46
유력 대권 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0·26 충북 충주시장 재선거 유세 지원차 맞대결을 펼친 20일 충주에선 때 아닌 ‘박근혜 적자(嫡子) 논쟁’이 벌어졌다. 시장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이종배 후보와 미래연합 김호복 후보가 각각 자신이 박 전 대표의 적통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오전 11시 교현동 충주시노인복지관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곧바로 이 후보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 함께 복지관에 들어서려 하자 아침부터 ‘박사모’ 피켓을 들고 기다리던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 50여명이 일제히 ‘김호복’을 연호했다. 이 후보와 김 후보 지지로 나뉜 200여명의 시민들은 서로 박 전 대표 가까이 다가서려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1시 박 전 대표의 방문이 예정돼 있던 충인동 풍물시장 앞 교현천변에선 두 후보가 도착 1시간여 전부터 나란히 차량을 세워놓고 동시 유세를 진행했다. 김 후보가 마이크를 들고 먼저 “나야말로 박근혜의 정치적 동지”라고 주장하자 이 후보는 “박 전 대표가 이종배를 지원하러 온다”고 맞섰다. 적자 논쟁은 김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친박 성향의 미래연합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뒤부터 시작됐다. 무소속인 한창희 후보를 포함해 현재 충주는 여권 성향 후보가 3명이나 된다.
민주당 박상규 후보 측은 여권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이 분열되는 데 따른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는 여권표 분열에도 불구하고 1위 이 후보에 8∼9% 정도 뒤지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여권의 분열에 실망한 시민들이 우리 쪽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지원에 나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역 연고’를 무기로 충주 표심을 공략했다. 손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당 대표 경선 전 칩거기간 6개월 정도를 충주에 머문 사실을 강조하며 친근감을 보였다.
손 대표는 오후 1시쯤 역시 충인동 풍물시장을 찾아 시장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바닥 민심 잡기에 나섰다. 과일을 팔던 70대 노인에게 다가가 “할머니가 저라면 어떤 배를 사겠어요”라고 말을 거는 등 지역 상인과의 교감을 과시했다. 손 대표가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상인에게 장단을 맞춰주면서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여야 유세전과 별개로 지역 민심은 누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시장 후보 선택 기준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풍물시장에서 만난 윤모(72)씨는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며 “어느 당이 됐든 고속철도 개설 등 충주 발전에 발 벗고 나설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여·21)씨는 “지난 시장 때 충주가 제천에 밀리는 느낌”이었다며 “중앙 정치와 연계돼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 후보가 시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주=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