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오라!… 산악인 박영석 안나푸르나서 실종
입력 2011-10-20 22:22
세계적인 산악인 박영석(48) 대장 일행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등반 도중 실종됐다. 구조대가 수색작업에 나섰으나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일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박 대장과 신동민(37) 강기석(33) 대원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정상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박 대장은 이날 오후 4시10분 6500m 지점에서 “눈과 안개가 가득하다. 낙석이 심해 하산한다. 눈사태 때문에 다른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건너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내용의 교신을 마지막으로 베이스캠프와 연락이 끊겼다.
연락두절 시간이 길어지자 베이스캠프에 있던 대원들은 19일 구조대를 꾸린 뒤 20일 오전 7시(한국시간 20일 오전 10시15분)부터 셰르파 4명, 구조장비,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구조대는 4시간여 동안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철수했다. 안나푸르나는 오후가 되면 안개가 짙어 수색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구조대는 21일 오전 더 많은 헬기와 인원을 투입해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틈) 등을 중심으로 정밀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구조대로부터 안나푸르나 남쪽 벽면에 로프나 사람이 붙은 흔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박 대장 일행이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맹은 네팔 카트만두에 있던 유학재(휠라스포트) 카조리원정대 대장과 김형일(K2) 대장이 이끄는 촐라체원정대 3명 등 4명의 전문 구조대원들을 현지로 급파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에베레스트 남서벽(8850m), 로체 남벽(8516m)과 함께 히말라야 3대 남벽으로 꼽힌다. 특히 해발 4200m 지점의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표고차가 3891m에 이르는 안나푸르나 남벽은 3대 남벽 중에서도 가장 험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장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적 산악인이다. 산악 그랜드슬램이란 7대륙 최고봉, 3극점,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모두 등반하는 것이다. 박 대장은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 중 두 명의 대원을 잃었으나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코리안 루트’(박영석 루트)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박 대장 일행은 비박(텐트 없이 산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을 하며 안나푸르나 남벽의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히말라야로 출국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