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강등 도미노속 獨·佛 정상 해법 못찾아

입력 2011-10-21 00:46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쥔 독일과 프랑스는 자국 이익에 집착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 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국가 및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조치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추가 구제금융 요건인 재정긴축안을 1차 승인했지만 국가부도 위기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독·프 이견, 왜?=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긴급회동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활용 방안 등 위기 해결책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에 동석한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번 주말 계속 만나야 한다”고 말한 점 등으로 미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EFSF를 하나의 은행으로 전환시키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독일은 ECB의 독립성 훼손과 부실화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리스 민간채권단의 손실률(헤어컷) 규모 확대와 관련해서도 독일은 지난 7월 합의했던 21%에서 60%까지 대폭 늘리자고 주장했다. 반면, 프랑스는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 채권에 투자한 자국의 금융회사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오는 23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연기설까지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슬로베니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무디스도 방코 산탄데르 등 스페인 은행 5곳과 다수 지방행정구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문제는=유로존엔 갖가지 현안이 뒤엉켜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 가지 문제점을 들었다.

먼저 그리스 상황이다. 의회가 이날 긴축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전체 300석 중 찬성 154표, 반대 141표로 1차 승인했다. 하지만 20일 예정된 최종 표결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노동계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사실상 국가 기능이 마비됐고, 20일엔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한 50대 남성이 머리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져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종 표결이 부결되면 유로존은 곧바로 혼란에 빠질 게 뻔하다. 지금껏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아준 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이 끊긴다. 이렇게 되면 남유럽 국가들로 유동성 위기가 전이될 우려가 커진다. 긴축안이 통과돼도 당장 부도는 피할 수 있겠지만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긴 어렵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펀드매니저 75%가 내년 상반기 그리스가 디폴트에 처할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또 신용위기에 처한 은행권의 자금압박도 심각하다. 유로존 은행들은 현재 ECB의 단기 대출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데 대출 등을 통해 빌려준 자금을 거둬들이기는 더욱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은행 자본 확충 자금도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700억∼900억 유로 정도로 내놓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앞서 IMF는 유럽 은행을 살리기 위해 2000억 유로가, 시장전문가들은 220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봤다. FT는 “현재 EFSF 재원으로 그리스 구제는 가능하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불량국뿐 아니라 대형 은행 문제는 어림없다”며 “향후 패닉에 대비한 방안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