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좋다” 글은 되고 리트윗 요청은 안돼?

입력 2011-10-20 22:22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검찰, 경찰이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선거운동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일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보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투표 인증샷’ 규정은 가장 논란이 뜨겁다. 인증샷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는 현장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10·26 재보선을 앞두고 선관위 등은 투표장에서 단순히 투표했다는 인증샷은 가능하지만 투표한 투표지를 촬영하거나 특정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라는 식의 사진은 처벌대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처벌을 피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투표장 밖 특정 후보자의 포스터가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 ‘투표하세요’라는 식의 문구를 남길 경우 해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인지,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인지 모호하게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별 상황에 따라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단순 의사 표시’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모 후보자는 인품이 좋다’라는 글은 단순 의사표시에 해당해 허용된다. 그러나 이런 의사표시 뒤에 ‘많이 리트윗(재전송)해주세요’ ‘널리 알려주세요’라고 덧붙이는 것은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되도록 하기 위한 조직적, 계획적 행위로 규정돼 처벌받을 수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SNS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많은 사람이 봐 달라는 의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특정 후보자를 동물 등으로 악의적으로 패러디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선관위는 표현 방법과 내용이 단순한 풍자 수준을 넘어서 비방에 해당하는 경우 처벌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단순 풍자와 비방의 경계는 모호하다. 후보자가 불리한 내용이라고 느끼면 비방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많다. 선관위 관계자는 “게시된 글이나 사진만을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글의 내용, 게시 동기, 목적·시기·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속 실효성도 문제다. SNS에 순식간에 폭주하는 게시글을 선관위나 수사기관이 일일이 검색하고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8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문제가 됐던 투표거부 운동은 이번에는 쟁점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주민투표는 주민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개표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거부 운동 역시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했다”면서 “당선자를 뽑는 선거에서는 투표거부와 관련된 처벌조항은 없고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가 그런 선거운동을 펼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김병길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NS가 등장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미디어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데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면서 “법령을 하루빨리 정비해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사이버 선거사범 10명을 수사 중이며 이 중 1명은 입건했다”면서 “SNS 및 포털 자유게시판을 중심으로 한 각종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