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긴축 왜 못하나?… 100년 쌓인 ‘관료주의’가 주범
입력 2011-10-20 18:26
그리스의 재정 긴축이 어려운 이유는 사회주의 정권 하의 고질적인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동계가 긴축안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안 최종 표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뿌리 깊은 관료주의=그리스 공무원들은 헌법으로 평생직장을 보장받는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1년, 공무원 해고를 금지하고 노동조합 결성을 합법화하도록 헌법이 개정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넣는 바람에 쫓겨난 공무원들이 수십년간 항의 시위를 벌여온 성과였다.
그러나 공무원이 ‘안전한 피난처’가 되면서 팽창을 거듭했고, 그리스 전체 노동인구 약 420만명 중 약 5분의 1이 공공부문 근로자일 정도로 비대해졌다고 NYT는 전했다. 선거 때 선심성 일자리를 채워준 것이 화근이었다. 컨설팅회사 매킨지도 18일 ‘그리스 앞으로 10년’이라는 보고서에서 그리스 경제가 비생산적인 이유로 광범위한 관료주의와 경직된 노동시장을 꼽았다.
하는 일도 없으면서 자리만 지키고 있는 공직도 허다하다. 니코스 헬레파스 아테네대학 교수는 “어떤 공무원은 문서 도착 여부를 기록하는 일만 하고 있다. 다들 이메일을 사용하는 세상에 미친 짓”이라고 NYT에 전했다.
특히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사회당 정권은 공공부문을 확장하고 관대한 복지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그의 장남인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현 총리는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사회주의 이념을 내려놓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노동계 총파업 속에서 긴축안 강행=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긴축법안을 20일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안에는 올해 말까지 공무원 3만명을 정리해고 하는 등 2015년까지 공공부문 인원 15만명을 감축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정부기관 수십 개를 폐지하고 공무원임금 체계를 개편, 평균 임금을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에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조합원 250만명을 거느린 공공·민간 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수도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전역에서 10만명 이상이 참가한 시위가 격화되면서 수십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이날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오는 23일 EU 정상회의에서 재정 위기에 대한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국가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