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北 특별대표 교체… 비핵화 압박·협상 대비 ‘겸용 카드’

입력 2011-10-20 21:44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스티븐 보즈워스에서 글린 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사로 교체한 것은 현재의 미묘한 북·미 관계를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대북관계를 총괄해온 보즈워스를 바꿨다고 해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대폭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북한과의 정상적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비핵화 이슈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은 아직 변함이 없고, 따라서 이 같은 기조가 변경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고, 6자회담 재개 움직임도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둔 미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해결 국면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북관계의 상황 변화에 대비해 일종의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보즈워스는 터프츠대 플레처 스쿨 학장직을 겸임하면서, 사실상 북한 문제를 전담해오지 못했다. 일각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외교소식통은 19일(현지시간) “여러 가지 상황 변화에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조만간 있을지도 모를 좀 더 확대된 대북 협상에 대비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관계에 줄곧 적용돼 왔던 ‘전략적 인내’가 좀 더 적극적인 상황 관리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놓지만, 핵실험 중단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등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더욱 압박해 나가면서 이전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을 다뤄 나가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다.

신임 데이비스 대표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차관보를 지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비확산 관련 문제도 다뤘다. 그에게 한반도의 핵 문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임무다. 그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특히 비핵화와 비확산 문제를 보다 중요하게, 그리고 엄격하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별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오는 24~25일 제네바 2차 북·미 대화에서도 진전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연내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 교체는 더 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를 관리하겠다는 것과 함께 장기적 협상 국면도 대비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