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양극화] 생활고에 빚 상환능력 급락… 발버둥쳐도 나락으로

입력 2011-10-20 21:50


저신용자의 확대·고착화는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빚 상환 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저신용자들의 목을 졸랐다. 생계형 대출에 목마른 서민들은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쫓아다니며 손을 내밀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햇살론·미소금융·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생활고에 신용 더 추락하는 저신용자=지난해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1년 사이 분기별로 9등급에서 최하위 등급인 10등급으로 떨어졌던 사람은 모두 18만6800여명이다. 같은 기간 7등급과 8등급의 신용등급 하락 인원도 각각 64만3300명, 37만9800명에 달한다. 1년간 최하위 3개 등급자 가운데 신용등급이 하락했던 사람이 모두 120만명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올 2분기 등급 하락이 가파르다. 7∼9등급자 가운데 등급이 떨어진 사람은 지난해 25만∼28만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39만5300명으로 급증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률과 전·월세 대란은 서민들의 생활자금 지출을 확대시켰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2.6%에서 지난 6월 4.4%까지 치솟았고 전·월세 비용도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급전이 필요한 상황으로 내몰린 저신용자들은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서용우 팀장은 “지난 3∼4월 신용 거래를 시작해 새로 신용등급을 부여 받은 사람들 중에는 이미 연체 정보가 많아 낮은 등급을 받은 인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업률 상승과 가계대출 규제는 대출 상환 여력마저 가로막았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은 대출 상환 압박 속에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을 찾아 나섰지만 고금리 탓에 연체의 늪에 허덕였다. 실제 저신용자의 은행 대출 비중은 1분기 30%대에서 2분기 20%대 초반으로 감소했다. 반면 카드,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비중은 급증했다.

◇심각한 신용 양극화=지난 2분기말 1등급자 가운데 은행 대출을 받은 사람은 71.62%다. 1인당 평균 1.47건, 9629만원을 빌렸다. 2∼5등급자는 이보다 더 낮은 20∼40%만이 은행 대출을 받았다. 평균 1.5건 안팎에 금액은 3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대출과 상환이 수월하게 이뤄졌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들은 연체율도 낮기 때문에 등급이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낮다.

반면 9·10등급자들 가운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은 82.89%, 81.85%에 달한다. 평균 대출 건수도 각 1.93건과 2.6건, 평균 대출금액은 각각 2964만원과 6040만원이다. 10명 중 8명꼴로 은행 빚을 지고 있는데다 제2금융권에서도 막대한 대출을 끌어다 쓰고, 연체율도 높아 갈수록 신용이 추락하고 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먼저 가계 부채를 해결해 저신용자의 생활 압박을 줄여줘야 한다”면서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낮춰야 하고, 정부도 부자가 아닌 빈곤층 위주 정책을 펴 생활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을 부활시키는 등 중산층에게 우대금리와 면세 혜택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