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의 굴레’ 무너지는 서민들… 신용 양극화 심화 저등급자 등급 더 떨어져

입력 2011-10-20 18:22


빚을 갚지 못해 바닥으로 추락하는 저(低)신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전·월세 대란까지 이어지면서 서민들은 ‘저신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제1금융권으로부터 외면당한 이들은 고금리의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내몰리면서 또다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고(高)신용자는 오히려 신용이 상승하면서 경제인구의 신용 양극화 현상은 확산되는 추세다.

국민일보가 20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의 2009년 1분기∼지난 2분기 분기별 개인 신용등급 전이율(轉移率)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저신용자들의 등급 하락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전이율이란 전 분기 특정 신용등급 회원의 등급변화율을 의미하며 금융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개인여신관리 방침을 수립한다.

9등급의 경우 등급 하락률이 지난해 4분기 4.14%에서 지난 2분기 6.81%로 급증했다. 9등급에서 100명 중 7명 정도가 10등급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8등급(3.92%→6.31%), 7등급(4.22%→5.6%) 등 나머지 하위등급도 일제히 증가하면서 지난 2분기 7∼9등급자의 신용 하락률은 2009년 1분기 이후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올 1월부터 연간 신용조회 3건까지는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게 되면서 상당수 저신용자들이 등급 상승효과를 본 점을 감안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신용등급 상승을 의미하는 등급 상승률은 일제히 감소했다. 10등급의 상승률은 같은 기간 21.38%에서 19.05%로 줄어들었다. 9등급(21.06%→20.57%), 8등급(23.64%→14.64%), 7등급(21.52%→8.78%) 역시 상승률이 크게는 60%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고신용자들의 경우 하락률은 1등급이 5.14%에서 4.89%로 감소하는 등 전 등급에서 하락률이 감소했다. 오히려 2등급은 등급 상승률이 0.34% 포인트 증가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서민들은 실업, 고물가, 가계부채, 전·월세 대란이라는 4대 고통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대기업과 부유층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어 경제인구의 신용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강준구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