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또 다시 떠오른 ‘색깔론’ 보수 결집할까 역풍불까

입력 2011-10-20 18:30

한나라당이 20일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이념과 대북관을 문제 삼고 나섰다. ‘박원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초박빙 판세를 만드는 데 학력·병역 의혹 등 검증 공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한나라당이 또 다른 검증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가 주도한 아름다운재단이 2008년 촛불사태를 이끌었던 좌파 시민단체들에 50억원가량을 지원했다”며 “돈을 시민, 재벌로부터 모아서 좌파 단체들이나 자기들 취향이 맞는 단체에 임의로 배분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친북·종북주의자들이 인터넷상에서 설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에 앞장섰던 박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박 후보는 2009년 10월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서도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은 등 이해할 수 없는 식순을 진행했다”며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인한 것인지, 호국영령을 무시하는 것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한나라당의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은 “선거 패배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색깔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며 “성숙한 시민들이 전형적인 구정치 행태인 색깔론 공세를 이번에도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이념 공세가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국가 정체성을 중시하는 일부 박 후보 지지성향 유권자들의 지지 철회를 이끄는 동시에 보수성향 한나라당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유인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념 공세가 정작 선거 결과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색깔 공세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안철수 열풍’의 주역인 30·40대 유권자들은 새 정치를 원하고 있는데 과거식 색깔론 공세는 오히려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만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직전에 한나라당이 천안함 폭침 사건 조사 결과를 내놓고 ‘안보 공세’를 했다가 “평화냐, 전쟁이냐”는 선거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역풍을 맞았던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