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초코파이

입력 2011-10-20 17:40

#1 소련이 해체되기 전인 1990년 1월 31일 모스크바에 맥도날드 햄버거가게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그날 무려 3만명의 모스크바 시민이 가게로 몰려들었다. 한 시민 왈, “이곳이야말로 천국의 기쁨을 맛보는…샤르트르의 대성당 같은 곳이다.”

#2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0년대 초 미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다. 당시 소련과의 우주경쟁이 한창이던 때라 NASA 관계자들이 대통령에게 걱정을 토로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우리를 누르고 달을 붉은 색으로 물들이면 어떻게 합니까?” 케네디가 말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거기다 코카콜라 상표를 그려 넣으면 되죠.”

맥도날드 햄버거의 맛이 아무리 좋다 한들 하루에 3만명이 몰려들 만큼 천상의 맛이겠는가. 모스크바 시민이 찬양한 ‘천국의 기쁨’은 맥도날드로 상징되는 자유민주주의의 맛이었을 게다. 또 케네디가 ‘붉은 달’에 코카콜라 상표를 그리면 된다고 한 것은 일단 그것이 붉은 색인 것을 이용한 우스개다. 하지만 코카콜라가 폐쇄적인 공산주의의 장벽을 허무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자본주의의 양대 상징이라 할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와 코카콜라에 이어 이제 한국의 초코파이가 세 번째 상징으로 등극할지 모른다. 북한이 지난 여름 발생한 수해 지원품에 초코파이 192만개가 포함된 데 불만을 품고 수령을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간식으로 지급되는 초코파이 대신 현금이나 라면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물론 수해지원 거부는 시멘트나 쌀 대신 ‘과자 나부랭이’나 준다는 데 대한 불만일 수 있다. 또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 대신 현금이나 라면을 달라고 한 것은 그만큼 현금이나 식량이 절실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남한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북한에서 인기 높은 초코파이에 대한 경계심 탓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간 개성공단을 통해 한 달에 600만개씩 북한에 넘어간 초코파이는 북측 노동자들이 장마당 등에서 비싼 값에 팔거나 물물교환에 이용하는 등 재화의 교환 수단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 당국은 초코파이를 내부 체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반사회주의 풍조 확산의 주범으로 보고 ‘초코파이 경계령’을 내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독재체제 유지하려 참 별 데 다 신경 써야 하고 이것저것 다 막아야 하는 북한 정권이 딱하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