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 첫 주연 ‘오직 그대만’의 한효주 “시각장애인 연기 위해 눈 가리고 식사하며 연습”

입력 2011-10-20 17:38


드라마 ‘동이’에서 조선 영조의 생모인 숙빈최씨가 되는 동이 역으로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쥔 한효주(24). 2005년 시트콤 ‘논스톱5’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봄의 왈츠’에서 여주인공으로 발탁됐고 이후 ‘하늘만큼 땅만큼’ ‘일지매’ ‘찬란한 유산’ ‘동이’에 이르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속 30%대 시청률 고지를 밟았다. 20대 초반이지만 안방극장의 여왕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인기다.

그가 이번에는 20일 개봉된 영화 ‘오직 그대만’(감독 송일곤·15세 이상 관람가)으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아주 특별한 손님’(2006), ‘달려라 자전거’(2008), ‘천국의 우편배달부’(2009) 등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상업영화는 ‘오직 그대만’이 첫 주연작이다.

‘오직 그대만’은 이달 중순에 끝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다. 한효주는 이 영화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두 눈을 다쳐 시력을 잃어가는 여주인공 정화 역을 맡았다. 불우하지만 애써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던 정화는 한때 잘나갔지만 어두운 과거의 상처 때문에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근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을 만나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한효주는 영화 개봉이 임박해서인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정통 멜로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다지 멋을 부리지도 않았고, 이야기를 복잡하게 풀어가지도 않았어요. 어찌 보면 빤하고 통속적인 멜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쉽고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그는 시각장애인 모습을 현실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관련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참고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고 했다. “그들을 찾아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지켜보고, 조언도 많이 들었어요. 안대로 눈을 가리고 밥을 먹어도 보고, 케인(시각장애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하얀 지팡이)을 짚고 걸어도 보고,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을 느껴볼 수 있는 ‘어둠 속의 대화’라는 체험전시장에도 가봤죠.”

그는 정화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울 수는 있지만 웃는 건 정말 어렵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면 정말 강한 사람인 거죠.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정화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강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화와 철민의 사랑 같은 그런 순애보가 요즘에도 존재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꾸했다.

“존재하길 바라죠. 요즘은 너무 빠른 시대라 그런 순애보적인 사랑이 많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있을 거예요. TV 다큐멘터리에서도 운명적이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가끔 나오잖아요. 우리 영화는 ‘이런 사랑도 있다’는 걸 얘기해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그는 상대역인 소지섭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철민이란 역에 몰입돼 있다는 걸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면서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데뷔하기 전부터 (소지섭씨의) 팬이었어요. 그가 나온 ‘미안하다 사랑한다’란 드라마를 무척 좋아했었죠. 처음으로 그와 함께 연기를 했는데 잘 이끌어 주고, 현장 분위기도 좋게 만들어 주셨어요.”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과는 거리가 먼 선례가 있다고 심기를 살짝 건드리자 그는 “그 징크스는 깨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 기분이 좋아요. 분명히 깨질 거예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봄의 왈츠’ ‘찬란한 유산’ 등이 일본에서도 방송을 타면서 인기가 오르고 있는 한효주는 일본 활동도 모색 중이다. 부산영화제에 들렀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매지니먼트사와 전속 계약 문제를 타진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어요. 기회가 되면 일본에서도 조금씩 활동하겠지만 한국에서의 활동이 우선일 거예요. 연기하는 데 있어서는.”

라동철 선임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