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4년 만에 한국 영화 출연 송혜교 “시나리오 보고 가슴 먹먹… 그 느낌 좋아 출연 결정”

입력 2011-10-20 17:37


최근 해외에서 주로 활동해 온 아시아의 스타 송혜교(29)가 오랜만에 한국 영화로 고국 팬들을 찾는다.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등을 연출한 이정향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오늘’에서 용서와 그에 따른 회한으로 고뇌하는 전직 다큐멘터리 PD로 분해 절제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그의 한국 영화 출연은 ‘황진이’(2007) 이후 4년 만이다. 드라마도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이 마지막이니 한국 작품으로 팬들을 찾는 건 3년 만인 셈.

27일 개봉되는 ‘오늘’(15세 이상 관람가)은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를 죽인 소년을 용서한 다혜가 1년 뒤 자신의 용서가 불러온 뜻하지 않은 비극을 접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마음의 혼란과 회환을 그려내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용서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다.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혜교는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정향 감독을 찾아갔다”고 했다.

“이정향 감독님의 팬이라 꼭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서로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아요. 감독님은 제가 다혜 역에는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셨는데 직접 만나보니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며 놀라셨죠.”

그는 “시나리오는 그 후 홍콩으로 출국해서 받아봤는데 읽어 보고 먹먹한 느낌을 받았다”며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에 대한 용서는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영화 메시지가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묻자 “무거운 주제를 그나마 감독님이 덜 무겁게 풀어낸 것 같다. 메시지를 대사로 풀어내고, 종교적으로도 크게 치우치지 않아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영화가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고 답했다.

영화 메시지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용서는 잘해보자는 화해의 제스처이고, 항상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용서가 때에 따라서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영화를 통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용서하는 사람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만 용서받는 사람도 (용서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턱대고 용서한다고 가해자가 변하는 건 아니잖아요.”

송혜교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풍기지만 이 영화에서는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보여준다. 분노와 슬픔, 자책과 고뇌에 빠진 다혜의 내면을 절제되고 차분하게 드러냈다는 평이다. 그는 “감정표현을 절제해야 하는 캐릭터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자칫 밋밋하고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어 그런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추위 때문에 고생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영화를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겨울에 찍었는데 배경은 늦가을에서 초겨울이라 옷이 얇았죠.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무척 힘들었어요.”

송혜교는 몇 년 전부터 해외 작품에 치중해 왔다. 미국의 스릴러물 ‘페티쉬’(2010)에 출연했고 요즘은 중국의 거장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일대종사’에 합류해 막바지 촬영 중이다. 리샤오룽(이소룡)의 스승이며 영춘문의 대가로 알려진 엽문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송혜교는 엽문의 아내 역으로 량차오웨이(양조위)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해외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할리우드에 가겠다는 큰 꿈이 있어서가 아니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하기 전에는 한국에서 쉬었고, ‘일대종사’를 시작한 후에는 생각보다 작업이 길어져 한국영화와 스케줄이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은데 뜻대로 잘 안 되네요. 많이 하고는 싶지만 무조건 할 수는 없는 거고….” 그는 “지금 작품(시나리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