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

입력 2011-10-20 00:4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2년 이후 9년 만에 외신과 인터뷰를 갖고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다. 오는 25일 전후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2차 북·미 고위급 대화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직접 북한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협상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고 9·19 공동성명을 이행함으로써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19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 정부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 인민의 자주권과 안전을 항시적으로 위협하는 미국에 의해 산생됐다”며 “미국의 핵 위협과 가증되는 적대시 정책으로부터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우리를 선의로 대한다면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다”며 조건부이긴 하나 대미 관계 개선의 메시지도 내놨다.

김 위원장의 인터뷰는 미국 등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조치 등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전조치를 이행해야 6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한·미·일의 요구에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줄곧 주장해왔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실제 협상에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외신과 서면 인터뷰를 한 것은 2001년 7월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이타르타스 통신과, 2002년 9월 교도통신 사장과 가진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