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자·폭로 대상자로… 법정서 만난 ‘10년지기’ 이국철·신재민
입력 2011-10-19 18:42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19일 나란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10년 지기’였던 두 사람은 금품 제공 폭로자와 폭로 대상자로 갈려 구치소행 여부를 놓고 법관 앞에 섰다.
오후 2시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이 회장은 청사에 들어서려다 멈춰서더니 담배를 꺼내 피웠다. 그는 “떨릴 것 없다. 진실은 살아있다”고 했다. 기자들에게 “재민이 형은 먼저 왔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회장은 포토라인에 서서 “대한민국 법원을 존경하고 존중한다.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했다”고 말했다. 비망록을 공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 조치해 놨다. 나중에 보면 알 것”이라고 답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319호 법정으로 올라갔다.
신 전 차관은 2시20분쯤 법원에 나왔다.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영장심사는 이숙연 판사가 모두 맡아 비공개로 진행했다. 신 전 차관이 먼저 심리를 받았고, 이 회장은 법정 안쪽 피의자 대기실에 따로 머물렀다. 서로의 진술을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신 전 차관은 2시간 동안 진행된 심사에서 자신이 쓴 SLS그룹 법인카드 1억원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 알고 지낸 이 회장이 부담 없이 쓰라고 카드를 준 것이며, 이 회장의 로비를 받거나 청탁을 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이 회장은 검찰이 적용한 4가지 혐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창원지검에서 2009년 3개월간 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던 비자금 조성 등을 이제 와서 범죄로 삼는 것은 폭로 내용을 덮기 위한 공작이란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공한 금품의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포착된 것이며 범죄사실 역시 무겁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우성규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