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시도교육감서 대통령령으로 바뀌었지만… 학생·학부모 동원 ‘파행’ 여전

입력 2011-10-19 19:12


인천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를 앞두고 학부모에게 교원 만족도 조사 참여를 독려하는 알림장을 보냈다. 알림장에는 ‘학부모 참여도가 높으면 시교육청 예산을 우선 배정받아 학생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공지됐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19일 “예산 운운하며 이런 알림장을 보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알림장은 교장·교감·담임에 대한 종합만족도 조사에서도 ‘매우 만족한다’로 표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원평가를 대통령령으로 정해 실시하면서 학교마다 학부모·학생·교원이 참여하는 평가가 진행 중이다. 교과부는 지난해까지 시도교육감 권한으로 진행하던 평가가 대통령령으로 바뀌어 안정적 평가가 가능해졌다고 밝혔지만 파행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도 S고교에서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학급별로 컴퓨터실로 이동시켜 학생 만족도 조사에 참여토록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김영후 정책실장은 “교사들이 감독하면서 긍정적으로 답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학교에서 반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평가는 정책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울산에서는 지난달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단체로 평가를 실시한 사례가 51개 중·고교에서 적발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원평가 때문에 수업결손이 생겨서는 안 된다”면서도 “학생 자발에 맡긴 뒤 참여도가 10%대까지 떨어진 학교가 있어 독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학교 측이 학부모에게 독촉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학부모 참여율은 54.2% 수준이다. 시도교육청별로 참여율을 정해 학교를 독려하자 학교들이 ‘학부모 참여율이 낮으면 학생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교원평가 참여율과 예산배정은 관계가 없다고 이미 밝혔다.

동료평가도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교과부는 교장·교감 중 1인, 부장교사·수석교사 중 1인이 참여해 최소 3인 이상 교사가 동료교사를 평가토록 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동료평가는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교원단체들은 현재 교원평가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학생에게 엄한 교사는 나쁜 점수를 받을까봐 학생 지도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대안을 마련해 교과부와의 단체교섭 때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도 다음달 교원평가 전환을 촉구하는 서명서를 교과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